개를 기르는 집에 가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주인과 개의 성질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나이 든 개일수록 그렇다. 개를 고를 때도 주인이 자신과 비슷한 놈을 택하는 데다 오랜 세월 같이 살다 보면 여러모로 닮게 되는 모양이다.
한 나라의 국민성과 경제 성향도 그런 면이 있다. 한국이 휴대 전화와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은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인들의 급한 성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1초라도 남보다 먼저 해치우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공중전화까지 갈 시간이 아까운 민족이기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가장 성능이 우수한 셀 폰 개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환율도 민족성을 닮은 듯하다. 오를 때는 누구보다 빨리 오르고 내릴 때도 누구보다 빨리 내린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연초 달러 당 800대였던 원화 환율은 불과 몇 달 새 2,000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다음해 말에는 다시 1,200대로 급전직하했다. 아마 세계 신기록이었을 것이다.
원화의 급한 성질은 이번 금융 위기 때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2007년 10월 900선까지 갔던 원 달러 환율은 2008년 들어서는 급등에 급등을 거듭, 연말에는 1,500, 올 3월초에는 1,600선을 위협했다. 이와 함께 원화는 세계 각국 주요 통화 중 하락 폭이 가장 큰 화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던 원 달러 환율이 이번 주 들어 1,270대로 주저앉았다. 불과 두 달 사이 300원이 떨어진 셈이다. 원화는 주요 통화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세계 금융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한국 주식 매입이 늘었고 수입이 급속히 줄면서 올 들어 한국 무역 수지가 연속 사상 최대 폭의 흑자를 기록한 것 등이 지적되고 있다.
작년 말 원화 환율이 1,500대를 오르내리고 한국 코스피 주가 지수가 900이었을 때 한국에 돈을 보내 주식을 산 사람은 지금 환율이 1,200대고 주가는 1,400에 이르렀으니까 6개월 사이 70%의 이익을 봤다. 한국 원화의 급한 성질을 이용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음이 10여 년 전 외환위기 이후 다시 입증 된 셈이다.
어쨌든 환율 하락은 미주 한인들에게는 여러모로 반가운 소식이다. 환차익을 노려 한국으로 가던 달러가 한인 사회에 머물고 높은 환율로 대기 중이던 한국 돈이 다시 미주 한인 사회로 흘러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부동산과 금융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한국의 수출은 늘어날 것이고 환율의 하락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연말까지 1,100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물가를 기준으로 한 적정 환율은 1,000이하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하루속히 환율이 정상으로 돌아와 한인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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