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회사원 K씨는 얼마 전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업무상 알게 된 지인인데 가끔 씩 연락을 주고받다가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차였다. 반가운 마음에 메일을 열어보니 그는 지금 프로그램이 있어서 영국에 와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딱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 기사가 지갑, 전화, 비행기 표 등 중요한 물건이 든 가방을 탈취해 달아나 버렸어요. 호텔 비를 지불하고 귀국하려면 2,670달러가 필요한 데 급히 좀 빌려 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가진 현금은 하나도 없고 은행 시스템 때문에 내 구좌로 들어갈 수도 없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갚겠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알려주세요.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몇 년 전 한국 방문 중 지갑을 날치기 당한 적이 있는 K씨는 지인의 상황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당시 한국의 가족들 덕분에 금전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만약 여행지가 다른 나라였다면 정말 막막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자기 가족들 놔두고 왜 나한테 도움을 청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곧 이어 “이런 게 바로 이메일 사기로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필경 불특정 다수에게 살포한 이메일 일텐데 보낸 사람 이름이 아는 사람의 이름이어서 잠시 혼란을 겪었던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사기범들의 수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전화건 이메일이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순진한 사람들에게 덫을 놓고 있다. 까딱 방심하면 그대로 걸려들어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다.
남가주의 주부 B씨는 지난 주 한국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는 데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전화가 자꾸 끊어지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전화를 끊어버린 건 그의 어머니였다.
“수화기를 들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 끊었다. 요즘 하도 이상한 전화들이 걸려 와서 아는 사람 목소리 아니면 바로 끊어버린단다. 잘못 몇 마디 말을 시작했다가는 나도 모르게 말려든다고 하더라”
보이스피싱 즉 전화 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노인 친구 분들끼리 “방어태세를 단단히 하자”고 약속을 한 것 같았다. 실제로 지난달 말 한국에서는 보이스피싱·환치기 조직이 적발되었다. 이들은 경찰이나 우체국, 은행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전화를 걸어 45명의 피해자들에게서 5억원이상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신의 신용 카드 개인 정보가 누출되었다. 보안설정 절차를 거쳐야 하니 가까운 현금 지급기로 가서 모 계좌에 얼마를 입금해보라”는 말에 놀란 피해자가 입금하면 곧바로 돈을 꺼내 중국으로 빼돌리는 수법을 써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세상이다.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메일이든 전화든 섣불리 응답해서는 안 되겠다. 세상의 불신은 점점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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