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여성은 참 애매하다. 20대처럼 ‘맨땅에 헤딩’을 하며 시행착오 하는 시기는 좀 지났고, 그렇다고 40대의 연륜도 없다. 적당히 쌓인 경력과 적당히 젊어 아직은 남은 힘으로 아직 어린 아이들을 기르고 적당히 늘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회사에서 일하다 부랴부랴 퇴근해서 식사 준비하고 애들 씻기고 재우며 녹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잠들어버리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어떤가. 아직은 경영진의 방침을 따라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 위치이지만 열정이 넘쳐 반기를 드는 후배들에게도 나름 줏대 있는 선배의 모습으로 보이려면 처신을 잘해야 한다. 게다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안 밀리려면 조금이라도 짬이 날 때마다 공부를 해야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사실 같은 나이의 남자들을 보면 좀 부럽다. 너무 설익어 미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직 권위를 내세울 만한 나이도 아니니 이곳저곳에서 필요한 인력이 되어 한창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다. 남자들이 골프니 뭐니 자신에 대해 투자를 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순간에도 여자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회사 일도 잘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며칠 전,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 오랜만에 아는 분을 만나 신세한탄을 했다. 그 분은 오래 전에 이민을 와서 안정된 기반을 갖추고 자식들을 잘 키우고 우아하게 도자기 굽는 취미를 즐기시는 분이었다. 그 날도 자는 애를 깨워 정신없이 나온 나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분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난 그런 때가 부러워. 아이들이 어려서 매일 전쟁 치르듯이 살고, 출퇴근 자체가 힘들었던 시절이 이젠 기억이 잘 안나. 힘든 것 같아도 지금처럼 사는 게 더 사는 듯이 사는 거야. 내 나이 되면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싫은 것도 없어져”
아직 힘이 남아 전쟁을 치르듯 살고 있는 내가 오히려 부럽다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은 그 제목만으로도 한없는 위안과 살아갈 용기가 솟구쳐 오르는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그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때일망정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 이런 때야” 하고 지나가 버린 한 순간이 나중을 만들어가는 부분 부분이므로…
힘들다고 생각하는 지금을 소중히 여겨 내 나이 마흔 살에는 신뢰감을 주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어려운 일도 낙관하는 안목을 지니고 싶다. 50에는 타인을 용서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고, 60대에는 직관과 통찰력을 지니고 싶고, 70대에는 세상을 사랑하며 존경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30대는, 더 어려서 들었으면 불편했을 선배들의 조언이 조금씩 피부에 와 닿을 때고 또 아직 머리가 굳지 않아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나이이다. 좋은 걸 보면 좋아할 줄 알고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나이이다.
어떤 것이든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데 여전히 시간의 여유가 있고 이룰 수 있는 젊음이 있고, 용기와 치기가 대충 구별이 되는 나는 아직 30대다.
지니 조/ 버진 모바일 힐리오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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