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인턴 한 명이 들어왔다.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한국말을 잘 못하는 앳된 얼굴의 남자 신참이다. 역시 요즘 애들은 좀 다르다. 일하는 첫날부터 사장실에 들어가 아주 친근하게 이야기하기에 원래 좀 아는 사이인 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자기가 원래 좀 사람들하고 쉽게 친해지는 타입이라나?
사장, 이사 등 상사들의 퍼스트 네임을 막 부르고, 옷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으라고 했더니 하루 이틀은 그렇게 입다가 다른 사람들이 캐주얼하게 입으니 자기도 덩달아 아주 편한 복장으로 출근을 한다.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나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도 반말로 “이거 이렇게 하는 거야?” “나 뭐 할 거 없어?” 하고 물어보곤 해서 내가 피식 웃곤 한다.
그에게는 첫 직장이기 때문에 전화 받는 법, 복사기와 팩스 사용하는 법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각종 업무를 조금씩 가르쳐 주고 있다. 여기서 한 살 때부터 자란 2세여서 그런지 사고방식과 일하는 스타일에 있어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와는 다른 점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당당하고, 친근하고, 시킨 일에 대해 계속해서 자기의 의견을 내보이는 점은 마음에 든다.
이 후배를 보고 있으니 내가 처음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3개월 동안 다닌 미국 PR회사, 또 그 후 아시안 광고 에이전시에서 처음 일하게 됐을 때,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배우고, 신참으로서 실수도 종종 해서 상사에게 혼나기도 많이 했지만, 보람을 느끼곤 했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또 자신의 의견을 맘껏 개진하는 새 인턴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난 성격이 수용적인 편이라 상사나 고객이 시킨 일을 곧이곧대로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 나의 방식이 더 효과적이거나, 내 의견을 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었던 적이 많았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각자의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절충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면 되는데, 나는 성격상 그렇게 못했던 경우들이 많았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광고회사에 다니므로 광고나 이벤트에 대한 기획력과 실행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어른들과 동료들의 의견을 그냥 그대로 수용하곤 했다. 분명히 더 낫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음을 스스로 알면서도 말이다. 동료들이 낸 의견을 그 자리에서 반박하고 내 의견이 더 낫다고 얘기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거나 그게 혹시 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않을까 하고 혼자 걱정해서 그랬을 경우도 있었을 테고, 그저 딱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 자기 생각과 비판적 시각 없이 의견들을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는다. 더 큰 그림을 보고 전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결과로 나아가기 위해선 다소 충돌이 있더라도 의견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새삼 느낀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최선을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지혜롭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능력일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는 방법, 다양한 의견 교환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더 배우고 실행해야 할 일임을 새 인턴사원을 통해 깨닫고 있다.
권무성/애드크리아시안즈 광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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