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한인타운에서 모임을 가진 단체들은 예상에 턱없이 못 미친 참석자 수에 당황하는 기색들이었다. 참석자들이 적었던 것은 이날 밤 열린 한국과 일본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경기 때문이었다. 취재차 한 모임에 갔던 기자는 “참석자가 너무 없어 사진 찍기가 민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한인타운 거리와 마켓 등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반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식당과 술집은 함께 경기를 보려는 한인들로 북적대고 함성이 떠나가지 않았다. 17일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에 통쾌한 승리를 거두자 18일로 잡힌 행사를 준비해 온 한 단체는 안도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만약 한국이 일본에 졌더라면 한국은 4강 진출권을 놓고 18일 밤 쿠바와 경기를 치러야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한인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야구다. 한국팀의 승승장구에 신나는 표정들이다. 한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야구를 화제로 얘기꽃들을 피운다. 이런저런 어려움 때문에 축 처져 있었는데 모처럼 야구 때문에 기운이 솟는다며 환한 표정들이다. “야구가 보약”이라고 말하는 한인도 있다.
한국팀의 선전이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 거두고 있는 결실이기 때문이다. 야구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선수들의 대우와 야구 인프라 등에서 이런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음에도 한국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경기의 승패보다도 한국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당당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배짱이 우리의 어깨를 더 으쓱거리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또 다시 WBC 4강에 올랐다. 19일 순위결정전에서 이겨 조 1위가 되면 일요일인 22일, 그리고 패해서 2위가 된다면 토요일인 21일 LA 다저스테디엄에서 준결승전을 갖는다.
WBC측은 지금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열렬한 응원단을 업고 있는 한국팀이 4강에 올랐을 뿐 아니라 야구종주국이자 주최국인 미국이 극적으로 4강 티켓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흥행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이번 주말 한국팀의 준결승 경기가 열리는 다저스테디엄은 ‘LA 잠실구장’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푸른 도깨비들의 거대한 물결과 함성으로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구장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갖가지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상은 달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록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푸른 도깨비들의 ‘대~한민국’ 함성은 선수들에게 더할 수 없는 힘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미국 땅이 아닌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으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 오게 되어 있다.
지금 한국은 경제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남가주 한인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한국팀이 승전보를 이어가고 우승까지 내닫는다면 한인들은 물론 대한민국에 더할 수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LA 잠실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응원의 함성은 ‘달러 보내기 운동’ 못지않은 모국 돕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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