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나 지난 기억인데도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짜릿하다. 2006년 3월 애나하임 에인절스 구장에서 열린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4강까지 진출한 한국의 선전은 세계 야구계를 놀라게 했고 남가주 한인들에게 더 할 수 없는 감격과 자부심을 안겨줬다.
야구 종주국이라는 오만에 빠져 있던 미국을 이승엽의 홈런포를 앞세워 무너뜨린 것도 개가였지만 백미는 3월15일 밤 열린 한일전이었다. 경기가 열린 에인절스 구장은 한인들로 꽉 들어 차 마치 잠실구장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연승행진을 하던 한국은 일본에 6점차 이내로만 져도 4강행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여유로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긴장감은 최고였다. 두 나라의 관계와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애초부터 적당히는 있을 수 없었다.
경기는 2대1,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선발 박찬호의 5이닝 무실점 호투로 0의 행진을 이어가며 팽팽하던 경기의 균형이 깨진 것은 8회 초였다. 1사 1,2루 상황에서 노장 이종범이 일본 불펜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후지카와의 직구를 때려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만들어 냈다. 순간 에인절스 구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한인들은 함성과 함께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감격에 겨워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승리가 확정된 후 서재응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이 태극기를 나눠들고 그라운드를 돌 때 서재응의 태극기 2개를 들고 성큼 성큼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더니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마운드에 건곤감리 청홍색이 선명한 태극기 2개를 꽂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인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민을 하나 되게 했던 스포츠의 놀라운 힘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제2회 WBC가 5일부터 시작된다. 한국이 일본에서 벌어지는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게 되면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2라운드까지 통과하면 다저 스테디엄에서 4강전을 치르게 된다.
1회 대회 때보다는 다소 전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한국 특유의 정신력이 있는 만큼 1라운드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와 미국, 일본 등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팀이라는 자부심도 전력에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한국의 첫 경기는 LA 시간으로 6일 새벽1시30분 열리는 대만전이다. 이 경기는 ESPN2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한국에서는 중계료 문제로 생방송 중계가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밤잠은 포기해야 할지 모르지만 남가주에서 생방송으로 경기를 볼 수 있고 2,3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직접 야구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한국팀을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악화되는 경제상황으로 모든 한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이 때 한국팀이 ‘3월의 전설’을 다시 한번 써 주길 기대해 본다. 한국팀의 선전과 승전보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한인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 한인들에게는 필요한 것은 무언가 신바람 나는 일이다. 아무쪼록 야구 때문에라도 에돌핀이 팍팍 돌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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