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나는 북가주의 여러 고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나파, 마운틴 뷰, 그리고 댄빌 이라는 조그만 도시에 있는 학교들을 방문하고 학교 합창단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한 학교에서 공연이 끝난 후 교정을 둘러보고 관찰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곳의 학교는 남가주의 대부분의 학교들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남가주 학교에서는 복장규정 상 모자를 못 쓰게 하지만 그곳 학생들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의상도 매우 자유로워 보였다. 화장실은 깨끗했으며 학교 건물에는 낙서가 없었다. 학생들은 예의가 바르고 성숙하며 활발해 보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학교 교정을 벗어나 부근에 있는 스타벅스나 핫도그 가게, 햄버거 파는 식당으로 한가하게 걸어가 원하는 음식을 사들고 교정 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 울타리나 담이 없었다. 학생들은 학교 주차장이나 학교 앞 인도에 앉아서 점심을 먹은 후 수업시작 종이 울리니까 다시 질서 있게 교실로 되돌아갔다
학생들이 여유 있고 자유롭게 교정을 드나드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희한했다. 그에 비하면 내가 10년이 넘도록 가르치는 중학교는 감옥이나 마찬 가지이다. 2-3 미터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학교 교정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고 모든 출입구는 늘 잠겨 있어 열쇠가 없는 사람은 문을 열지 못한다.
열쇠가 없는 사람들은 학교 사무실을 거쳐야 출입할 수 있고, 방문객은 사무실에서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야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우리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년 넘게 남가주 살면서 여러 중고등학교를 방문 했지만 담이 없는 학교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높은 담과 철저한 안보는 학생들을 학교 안에 가두어 두려는 것 보다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빼먹지 못 하게 막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주변의 갱단 멤버들이나 태거(낙서하는 사람) 그리고 아동 성추행자들이 학생들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학교는 금속 탐지기를 이용하여 등교하는 학생들이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곳도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칼이나 총을 들고 등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험한 동내 일수록 울타리는 더 높고 학생 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나이가 들을수록 울타리가 없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어진다. 젊어서는 무서운 것이 없이 교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말 안 듣고 예의 없는 학생들을 너무 오래 가르치다 보니 이제는 조금 지친것 같다. 가끔 뉴스에서 총을 들고 등교한 학생 얘기를 들을 때마다 걱정도 된다. 학생들의 학업을 챙기기도 바쁜데 안전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세상이 점점 험해지니 앞으로 미국의 교육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지금 캘리포니아는 적자 예산 때문에 공립 교육예산 삭감이 임박하다. 교사들이 감원되고 교내 카운슬러, 관리인, 그리고 경비원 등 직원들이 줄어들게 되면 앞으로 공립학교의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모든 학교에서 울타리가 없어지는 날이 왔으면 한다. 언젠가는 우리 이웃에도 울타리 없이 안전한 학교, 책임감 있는 학생들, 그리고 훌륭한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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