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사는 40대의 한 주부는 몇 달 전 딸로부터 항의 아닌 항의를 들어야 했다. 고교생 딸의 친구들이 학교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 위해 집에 모였을 때였다.
그의 눈에 한 여학생이 왠지 다르게 보였다. 머리는 짧고 바지 모양도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저 친구는 좀 이상하다”고 말을 하니 딸이 정색을 하고 항의를 한 것이었다.
“엄마, 쟤는 그냥 내 친구일 뿐이에요. 모습이 다르다고 내 친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요.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좋은 친구일 뿐이에요”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말라는 식으로 딸이 못을 박은 이유는 그 학생이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한인부모들이 느끼는 세대차이, 문화차이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동성애를 보는 시각이다.
중년층 한인 1세들이 한국에서 살 때만 해도 ‘동성애’는 이슈가 되지 못했다. 연예계의 누가 게이라더라 식의 소문이 이따금 떠돌기는 했지만 그뿐, 동성애는 입에 오르내릴 만한 이슈도 되지 못했다. 찬반이 있을 수 없게 확실한 금기가 동성애였다.
반면 미국에서 자라는 2세 자녀들은 충격적일 정도로 동성애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자녀의 친구 중에 동성애자가 있으면 부모들은 당장 “우리 아이도 물드는 게 아닐까” 불안해지지만 아이들은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식이다.
가정 내에서 이따금 세대 간 갈등을 불러오던 동성애가 지금 커뮤니티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11월4일 선거에 부쳐질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8 때문이다. 일명 캘리포니아 결혼보호법안인 이 발의안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이뤄질 때만 인정한다고 규정해 주 수정헌법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동성애를 죄악시 하는 기독교계가 이 발의안 통과를 위해 적극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런 일. 교인들에게 “발의안 8에 찬성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요즘 많은 한인 교회들의 분위기이다. 대부분 이민 1세이며, 기독교인들이 많은 한인 커뮤니티로 보면 ‘찬성’이 대세인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족학교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3주전 12개 주민발의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선거안내책자를 배포한 후 전화통에서 불이 났었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다니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며 험악한 언사로 분개하는 전화들이 수없이 걸려왔다. “이다음에 너희 아이들도 꼭 그렇게 될 거다”며 저주 아닌 저주가 쏟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민족학교 측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다. 비록 그들이 성소수자라 해도 법적으로 동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는 있다는 뜻이다”며 ‘오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미 주류사회에서도 발의안 8을 둘러싼 찬반 캠페인이 격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찬반 진영이 각각 2,700만 달러, 2,430만 달러의 캠페인 기금을 모을 정도로 관심들이 지대하다. 종교적 가치관에 중점을 둘 것인가, 민권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 발의안 8에 대한 입장은 거기서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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