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홍(뉴욕신광교회 목사)
우리는 살다보면 다양한 환경적 여건과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이 때 어떤 자세로 이를 사용하느냐가 삶의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들을 선하게 사용하면 좋으련만 악하게 사용해서 자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이웃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시대가 악하다고 나도 악하게 행동하면 나도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선한 편에 서야 할 것이다. 현실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늘 불의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살아가기 일쑤다.
언제 영호남이 싸운 일이 있었던가? 한때 삼국시대가 지났고 통일된 나라가 되어 천년이 넘도록 잘 지내온 나라를 정치지도자들이란 이들이 자기 유익을 위해 악용하여 영호남을 나누어 놓았다. 이 아픈 가슴을 지금도 치유되지 못한 채 작은 나라가 서로 키 재기를 하느라 아옹다옹거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종교차별 금지법’이라는 뚱딴지같은 법을 만들어 종교간 이간과 더 나아가싸움을 시키려 하고 있다. 참으로 앞날이 걱정스럽다.
1960년대 미국에서 케네디가 정교분리의 법에 서명하여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기고 더 나아가서는 수 세기에 내려온 풍습과 문화를 자기들의 자로 작두질을 하기 시작하여 사회의 무서운 혼란과 더불어 많은 가치관을 흔들어 나라를 온통 싸움터로 만들었다. 그 때 케네디는 이런 결과가 올 줄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려 한다. 헌법에 종교 자유가 명시되어 있으면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말에 민감하여 내일을 보지 못하고 영원한 골을 만들려 하니 참으로 딱하기 그지 없다.지도자는 하늘이 낸다고 했던가! 지도자 자신이 자신의 종교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이런 일까지 간섭하면 각자의 자유 구속이요, 오히려 편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 나아가 사생활 침해다. 공인도 사생활은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옛날 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란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자를 기르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의 지지에 의하여 당선된 자를 종교문제 때문에 말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요 오히려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다루거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문제로 옳고 그름을 탓한다면 몰라도 사생활인 그의 종교를 가지고 논하는 것이라면 도에 지나친 것이고 오히려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된다. 특히 한국은 감정이 앞서는 일이 많아 종교적인 문제가 대립되면 걷잡을 수가 없는 무서운 결과를 자처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고 사적인 일에 간섭하여 스스로 인격과 품위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만일 이런 법이 정식으로 통과되어 한국땅 위에 실행되면 무서운 사상이나 종교대립 때문에 국가의 기틀이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사상이나 종교가 대립각을 세워 역사에 두고두고 한을 만들고 골을 깊이 파 치유의 길이 없을 것이다.우리는 이제 국가의 미래를 돌아보고 세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갖자. 자기의 것을 존중하면서 잘못된 것을 점잖게 고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해 보자.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로 에너지를 소비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새 시대를 열기에도 시간이 없고 세계의 질서에 흐름을 같이 하기에도 숨이 가쁘다. 역사를 보고 헤아리는 성숙된 국민의 발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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