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중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다는 통계가 또 발표되었다. 미국의 어느 대학 캠퍼스에 가든 한국 학생들이 많은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곳에 한국 사람이 있을까?” 싶은 시골에 가도 한국 유학생들은 어김없이 캠퍼스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공부 스트레스를 나누고 있다.
국토안보부 통계에 의하면 2007년 기준 미국 내 외국 유학생은 총 78만7,756명으로 이중 15%가 한국학생(11만7,446명)들이다. 2위인 인도 유학생(7만4,000여명)들에 비해 4만 명 이상 많은 숫자이고 보면 해외 유학에 관한한 한국인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 숫자도 전체 유학생으로 보기는 어렵다. 부모의 유학생 비자를 통해, 기러기 엄마의 투자 비자를 통해, 혹은 위장 입양으로 조기유학 온 초중고생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부부가 별거 아닌 별거를 하고, 집안의 재정이 기우뚱해도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는 게 한국형 교육열이다. 부모가 한국에 살면서 자녀를 미국에 조기유학 보내놓고 나면 그 비용은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이다. 아이 조기유학 보내고 나니 “집안이 서서히 기우는 것을 느끼겠다”는 주부도 있다.
그래서 비용 덜 들고 비자 덜 까다로운 차선책으로 등장한 것이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 영어권 지역 유학이었다.
그런데 열기 강한 만큼 유행도 민감한 것이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영어만 배우는 교육은 이제 한국에서 한물간 교육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는 물론 중국어를 동시에 공부시키는 것이 한국 조기유학의 새로운 추세이다.
그래서 요즘 뜨는 유학지가 바로 싱가폴이다. 싱가폴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만큼 누구나 영어를 하고, 인구의 대다수가 중국계인 만큼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우기에 싱가폴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데 한국의 유학원들이 눈을 뜬 것이다.
실제로 LA 3가 초등학교의 수지 오 교장은 얼마 전 싱가폴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였어요. 한반에 20명이 공부를 하는 데 그 중 10명이 한국학생들 이더군요. 그 학교에 유난히 한국 학생들이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놀라운 일이지요”
그는 매년 한국을 방문해 강연을 하고 학부모들을 면담하는 데 “갈 때마다 뭔가 달라져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만 치중하는 교육의 문제점들이 드러나자 이제는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중국어를 하나 더해서 3개 언어를 가르치려는 것이 지금 한국의 교육추세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반기문(유엔사무총장)처럼 되려고 하더군요”
저마다 자녀를 국제적 지도자로 키우고 싶은 꿈이 한국을 ‘해외유학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 그런 교육열이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어만 잘 한다고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까. 공부만 잘한다고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교육 유행이 몇 번 더 바뀌어서 ‘사람 교육’에 생각이 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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