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 논쟁이 사라지고 오로지 ‘몰빵’식 찬반만이 난무하는 세태에 최근 한국일보 본국지 지면에서 강준만, 손호철, 고종석으로 이어지며 6주 동안 전개됐던 ‘인격’ 논쟁은 기회주의와 탐욕이 시대정신이 되어버린 요즘 ‘인격’문제를 새롭게 통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다.
손호철이 5월 26일자에서 <김용갑을 다시 생각한다>로 발동을 걸며 시작된 ‘인격 논쟁’을 소개한다.
5공 군사정권에서 안기부 기조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의 정계은퇴 선언을 전후해 그의 ‘인격’을 기리는 여러 미담을 소개하며 인간 김용갑의 인격을 다시 평가하게 됐다며 손호철은 ‘이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클래스 내지 격’이라며 인격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자 강준만은 바로 잇대어 6월4일자 <이념과 인격 사이에서>에서 ‘인격은 막대한 공적영역’이라며 ‘이념과 인격은 같이 가야한다’고 논쟁을 이념과 인격의 문제로 한 걸음 더 이끌고 나섰다. 이에 고종석은 6월12일 <손호철과 강준만에 잇대어>에서 ‘인격이 이념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적용의 한계 문제가 남는다’며 인격과 이념 문제에 인격을 상대적으로 강조한 손 교수와 강 교수의 대한 논쟁에서 김용갑을 예로 든 것은 적철치 않으며 ‘반란-내란 정권의 비밀경찰과 사정기관을 지휘했던 사람이 제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리 넉넉한 인격을 발휘했다 해도 나는 그에게 너그러울 수 없다’고 손 교수와 강 교수의 인격 우위 입장을 통박했다.
그러자 강준만은 6월 18일자<인격은 사교술이 아니다>에서 “인격은 주변 사람이 평가하는 사람됨의 평판이 아니다”며 “아무리 주변 사람들에 의해 ‘사람됨‘이 뛰어나다고 극찬을 받는 사람일지라도 예컨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의 고향을 따져 물어 어떤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면 이건 인격파탄에 가까운 것”이라고 자신과 고종석은 인격 개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강준만은 “인격이 이념을 망친다”며 “이 세상이 꼭 자기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 야심가들의 아집과 탐욕을 수많은 분열과 파쟁을 낳지 않았는가”라며 이념에 앞서 인격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논쟁을 증폭시켰다.
다시 고종석의 반박이 이어졌다. 6월 26일자 <인격이 사교술이 아니라면>에서 고종석은 “인격은 사교술이 아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사교술이기도 하다. 순전히 인격이 공적영역이라면 그것을 이념과 구별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이라며 인격을 공적영역에만 가둘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인격의 사적영역을 경시할 때 이념은 곧 인격이 되고 만다며 사적영역으로서의 인격을 무시할 수 없다고 사적인 인격의 중요성을 재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강준만은 7월 2일자<이념과 이익의 유착>에서 “국회의원들이 욕을 먹는 이유가 이념 때문인가? 인격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자신의 명분과 이념이 승리할 때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이념과 이익의 유착시대에 더 이상 인격은 사소하게 여길 수 없게 됐다”는 말로 6주간의 인격 논쟁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이 논쟁은 인격이라는 것이 사적영역으로만 좁혀진 ‘사교술’로 환치될 수도 ‘공적 영역’으로만 넓혀진 ‘이념’만도 아니라는 점을 통찰하게 해준다.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인격이 함께 가지 않는 인격은 사교술로 전락하거나 탐욕스러운 욕망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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