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부모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좀 의아할 때가 있다. 한국에서 부모들이 경험한 학교 분위기와 미국의 학교 분위기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낯선 것 중의 하나는 학예회 같은 행사를 할 때이다. 아이들이 무대에 발표를 하러 나온 건지 놀러 나온 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군기’가 빠져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적어도 한인 1세들의 눈에는 그렇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저학년 학생들이라도 밤낮으로 연습을 시켜서 완벽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게 한다. 교사들은 다른 수업을 뒤로 미루고라도 합창이건, 무용이건 집중적으로 연습을 시키고, 집에서는 엄마들이 또 아이들을 붙들어 놓고 철저하게 연습을 시킨다.
덕분에 아이들은 무대에 서면 음정 하나, 동작 하나 틀림이 없이 잘 해내는 반면 혹시라도 틀릴까봐 긴장에 긴장을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학교나 교회의 비슷한 행사에 가보면 도무지 긴장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공연하러 나온 아이들이 줄도 삐뚤삐뚤하고, 틀려도 당황하지도 않고 웃어넘긴다. 지도 교사들 역시 ‘틀리면 안된다’고 압력을 넣을 만도 한데도 아이들과 같이 웃고 넘어간다. 덕분에 아이들은 긴장하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합창을 하고 춤을 춘다.
전자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면 후자는 자기 자신들이 즐기는 행사라는 점이 다른 점이다. 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이나 학부모들 앞에서 5분 공연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연습하느라 목이 쉬고 발이 부르튼 경험을 1세들은 대개 유년기 추억 속에 가지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동양 문화권이 대체로 남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잘 보여주고 있다. 불꽃놀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짝퉁 불꽃’ 논란이 일더니 이번에는 어린 소녀를 둘러싸고 ‘짝퉁’논란이 일고 있다. 개막식 중 중국판 애국가인 ‘거창주궈’(歌唱祖國)를 불러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소녀가 사실은 립싱크를 했었다는 것이다.
AP 보도를 보면 처음부터 립싱크가 계획되었었던 것은 아니었다. 6살 때부터 광고 모델을 해온 요정같이 예쁜 소녀 린 먀오커(9)가 개막식에 나와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종 리허설을 지켜보던 중국 고위 당국자가 “그 목소리로는 안되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목소리만 바꾸었다는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7살의 양 페이이라는 소녀. 개막식 음악 총감독의 말로는 통통하고 이가 비뚤어져서 전면에 내세울만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먀오커의 깜찍한 생김새에 페이이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합쳐 립싱크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 모두는 대외적으로 중국의 올바른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것이고 국가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음악 총감독은 설명했다.
어린아이의 립싱크 사실이 알려지자 대부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전 세계에 자국의 위상을 드러내려는 중국의 욕심이 지나치다 못해 강박관념 수준이라는 비판이다. 중국이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모양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