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으로 프랑스가 벌어들이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명품의 조건이라면, 제품 자체의 탁월한 기능과 전통, 그리고 모조품의 존재라 할 수 있다. 장인 정신으로 탄생한 명품은 그 자체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대변하며 브랜드 파워를 높여간다. 또, 짝퉁의 등장으로 명품은 예술성을 덧입기도 한다. 루이비통이 모조품의 성행을 막기 위해 아르누보풍 ‘모노그램 캔버스’를 개발한 것이 한 사례다. 명품의 격상에는 프랑스의 로비단체 ‘코미테 콜베르’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의 고품격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려 자국 명품의 가치를 더 높이는 연합단체다.
이런 저런 노력으로 지금 프랑스는 세계 명품시장의 36%를 석권하고 있다. 패션은 말할 것도 없고, 요리도 와인도 여전히 프랑스의 저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로 61회를 맞은 칸 영화제가 최고의 명성을 지녔다는데 토를 단 적이 없었다. 예산만 2,000만유로(부산국제영화제의 5배)인 이 행사로 인해 인구 7만명이 겨우 넘는 도시 칸은 명품 매장과 최고급 호텔이 즐비한 휴양도시가 됐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저주받은 날씨만큼이나 도시 자체의 매출이 저조했다. 할리웃 스타들이 머무는 마티네즈 호텔은 연일 열리는 파티에서 128달러짜리 샴페인 2,000병, 미네럴 워터 4만병 이상을 마셔주어 그럭저럭 매출을 유지했지만, 스타가 아닌 일반 방문객들에게 의존하는 거리의 명품 매장과 레스토랑은 전년 대비 매출이 최소한 10%가 하락했다고 한다.
이유는 당연히 있다. 제일 먼저 유로 대비 미 달러 가치의 하락이다. 1.6달러선을 돌파하는 초강세를 보여 미국 바이어들의 칸 방문이 현저하게 줄었다. 7~8달러짜리 맥도널드 햄버거를 누가 먹고 싶겠는가. 두 번째 이유는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미국 독립 영화계는 울상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아시아 영화를 배급해 온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다운사이징을 하다못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메이저 영화사 산하 독립영화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칸 마켓 첫날인 14일부터 유럽과 아시아 영화사들은 “타르탄 USA와는 거래 불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타르탄 USA는 ‘올드보이’를 비롯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일본 영화 ‘링’ 시리즈 등을 미국에 배급해온 회사다. 이유인즉 계약금을 완불하지 않고 영화를 배급했다는 것.
“그럴 순 없다”는 울분을 삭히기도 전인 19일 타르탄 USA는 영화 배급권의 포클로저(foreclosure·권리 상실)를 발표했다. 중반이 넘어가면서 영화 거래 소식을 알리는 마켓 잡지들은 미국 바이어들의 뉴스에 목말라했을 정도다. 칸 영화제가 자국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겼지만, 이 영화를 언제쯤 미국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는 기약하기 힘들다. 아니, 그다지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냥 ‘섹스 앤 더 시티’나 보면서 명품 패션이나 구경하는 게 요즘 관객들의 기대치 아닌가 싶다.
하은선
특집 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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