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가 또 없어졌다. 대도시 일간지인 LA타임스는 자기 동네에서 차를 도난당한 한 앤젤리노의 이야기 같은 건 자세히 싣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3주전 나의 1989년도 도요타 캠리가 없어진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지난 6년 동안 3번째 당한 도난이기 때문이다. 이건 기자의 시각으로 보아도 뉴스라 할 수 있다.
에코팍 거주 LA타임스 데이빗 재니서 기자의 자동차 도난 체험기
경찰국은 지난해 2만3,000여건의 자동차 도난 신고를 접수했다. 대부분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고 처리되었다.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경찰에 신고하고 보험회사에 알린 후 렌트카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도 차가 돌아오지 않으면 새 차 딜러에 가야겠지만 내 차는 늘 되돌아왔다.
8년 전에 산 내 캠리의 현재 가격은 켈리 블루북에 의하면 1,500달러다.
좌석마다 신문과 노트 더미로 가득 한 낡은 차다. 차를 도난당했다는 말을 들은 내 어머니의 첫마디가 “뭐 중요한 것 넣어둔 것 없었니?”였을 정도로 내 주위에선 완전 푸대접이다.
그런데 이처럼 푸대접받는 낡은 차가 도둑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1980년대 후반 캠리가 도둑들에게 가장 인기 품목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한 경찰은 ‘훔쳐가도록 제조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과장이 아니다. 89년도 캠리는 아무 열쇠나 다 맞는다는 것이다. 되돌아온 내 차의 락도 얼마나 아무거나 집어넣어 돌려대며 망가뜨려 놓았는지 나뭇가지로 열쇠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구글에서 ‘1989년도 캠리’를 검색해보면 맨 먼저 뜨는 사이트에 ‘2000년에 가장 많이 도난당한 차 1위’에 올라 있다가 2004년에 가서 2위로 밀려났다. 캠리 주인으로서는 안도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도난당한 후 되찾지 못한 캠리가 많아 절대 숫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경찰에 의하면 “도둑들은 보통 개스가 바닥날 때까지 타고 다니다 그냥 버린다”는 것이다.
내 경우도 대부분 그랬다. 처음 잃어버렸을 때 주차비를 아끼느라 다운타운의 지하파킹보다 훨씬 싼 110번 프리웨이 아래 어두운 길가에 세워놓았었다. 3주후 차는 다운타운의 공장지대에서 발견되었는데 유리창에는 주차위반 티켓이 꽂혀있었고 200달러 토잉 요금에 더해 망가진 시동장치를 교체해야 했다.
두 번째 도난당했을 때, 에코팍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불과 몇 집 아래 길가에 파킹했었다. 24시간이 채 못 되어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한 블록 거리의 파킹랏에 버려져 있다가 리틀도꾜에 있는 토잉회사 야드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그곳은 다소 험악했다. 철책으로 둘러친 야드의 게이트에서 개들이 으르렁댔고 주인은 현금을 내면 몇 달러쯤 깍아주겠다고 했다. 깜깜한 밤이었고 또 하루치 비용을 더 내야할까 두려워 난 지갑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로 차가 없어진 것도 우리 집 근처에서였다. 햇빛 밝은 토요일 오후 두리번 두리번 내 차를 찾아 서성거리며 난 캠리 전에 탔던 87년도 닛산을 기억했다. 팔려고 주유소에 세워 두었다가 갱들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통에 앞 유리가 다 나가고 문에 총탄 구멍이 생겼던 그 차를 난 주유소 종업원에게 그저 주어버렸었다.
세 번째 도난당한 캠리는 이스트LA 토잉야드에서 되찾아왔다. 신문과 노트더미도, 커피 잔도 다 없어진 채 낯설게도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대신 트렁크엔 형광펜 박스들과 캠리 만큼이나 많이 도난당한다는 ‘브루스 올마이티’ DVD가 들어있었다. 경찰은 내가 갖기 싫으면 버리라고 했다.
이번에도 토잉야드에 260달러를 지불했다. 그중 110달러는 보험회사에서 상환 받게 될 것이다.
편집국의 한 동료는 내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한다. 도난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아니지만 사실 LA에, 그것도 에코팍 근처에 살면 범죄에 대한 얼마쯤의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1996년 이곳으로 처음 이사 올 때부터 이미 갱 활동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렇다 해도 지난 10여년 이곳의 범죄는 급격히 증가했다. 갱 단원들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이 범죄에 희생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 내가 종종 직접 나가 지우기도 하는 낙서같은 경범도 있지만 9살, 13살 아이들이 집근처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니 차를 도둑맞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3번이라 해도 차는 단지 차일 뿐이니까.
‘인기’도난차량 톱10
당신이 이 문장을 읽는 동안 미국 어디에선가 2대의 차가 도난당했을 것이다. 느리게 읽는다면 아마 3대일수도 있다.
전국보험범죄국(NICB)에 의하면 자동차 도난은 매 26.4초에 1대꼴로 발생하고 있다. 2004년 한해동안 123만 7,114대가 도난당했다.
도둑들은 어떤 차를 훔치나? 보통사람들의 추측과는 전혀 다르다. 도난 차량의 평균가격은 6,649달러로 도둑들이 노리는 것은 화려하고 멋진 럭셔리가 아니라 ‘실용성’이다. 자신들이 쉽게 분해하여 부품을 팔아넘길 수 있는 차종이다. 인기 도난차량 리스트에 오른 많은 차들이 10년이상 넘은 차종인 것은 이 때문이다.
NICB 조사관들이 조언하는 도난 방지요령은 4가지다. 첫째는 상식, 항상 차문을 잘 잠그고 밝은 데 주차하는 등의 안전대책이다. 둘째는 알람등 경고장치, 셋째는 운전대 잠금장비나 스마트 키 등 부동장치 마지막으로는 경찰의 수색을 용이하게 하는 추적장치다.
2005년 NICB
인기 도난차량
(1) 1991년 혼다 어코드
(2) 1995년 혼다 시빅
(3) 1989년 도요타 캠리
(4) 1994년 닷기 캐러밴
(5) 1994년 닛산 센트라
(6) 1997년 포드 F150시리즈
(7) 애큐라 인티그라
(8) 도요타 픽업
(9) 새턴 SL
(10) 닷지 램 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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