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현금거래’가 단서

검은돈 혐의 수천달러 의문의 계좌로 송금
국세청, FBI에 수사의뢰 ‘매춘 단골’ 드러나

성매매 파문의 주인공인 엘리엇 스피처(48·사진) 뉴욕 주지사는 국세청이 그의 수상한 현금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은행에서 보고하는 수상한 자금거래에 대한 일상적인 조사를 통해 스피처 주지사가 돈의 출처는 물론 수천달러에 달하는 송금액의 대상을 숨기려 했으며 문제의 현금이 실제 사업을 하지 않는 ‘껍데기회사’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이같은 자금거래가 뇌물이나 정치 부패, 또는 선거자금과 관련한 부정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무장관의 승인을 얻어 연방수사국(FBI) 및 정치 부패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연방검찰 관계자들과 공조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조사가 오래 진행되기도 전에 스피처 주지사의 수상한 자금거래가 성매매를 하기 위해 은밀히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신문은 고급 매춘조직인 엠퍼러스 클럽 VIP의 ‘9번 고객’이었음이 확인된 스피처 주지사가 법원 진술서에 보면 이 매춘조직에 전에도 돈을 잘 지불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나 이번에 문제가 된 2월13일 워싱턴에서의 성매매가 처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인 스피처 주지사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수퍼대의원 중의 한 명이고 지역적 기반도 같아 이번 성매매 파문이 힐러리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힐러리는 10일 스피처 주지사의 성매매 파문과 관련해 처음에는 언급을 하지 않다가 “향후 며칠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잡히진 않겠지”권력자들 착각 경향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의 매춘 스캔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영리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고 멍청한 짓을, 그것도 상습적으로 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과 정신분석가들은 스피처와 같은 정치가의 경우 권력이 무모한 행동을 유도하는 지, 아니면 무모한 행동을 하는 성질이 그전부터 있었는지를 두고 갖가지 추측을 제기했다.
미정신분석가협회의 전 회장인 리온 호프먼은 정치가들을 감싸는 권력의 기운이 무모한 짓을 해도 결과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권력자들은 일반인들에겐 금지된 일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잡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춘기 청소년들과 흡사하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심리학자 레나나 브룩스도 “고위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옳다고 믿고 그렇지 않은 일은 그저 생각에서 지우게 된다”며 “자책감 등 자기성찰을 제한하지 않고는 고위직에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카고 정신분석가 마트 스몰러는 누구나 직업에 관계없이 심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때 비윤리적이거나 심지어 불법적인 행동인 줄 알면서도 이를 나머지 성격으로부터 분리해 강박적으로 할 수 있다며 “이같은 행동은 섹스, 마약, 샵리프팅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