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년째 다니던 유대인 회사와의 계약이 끝이나 조금 더 나은 조건이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인 재단으로 회사를 바꿨다.
옮긴 회사에서 한인들의 잘잘못을 두고 평가해야 하는 일에 곤란을 겪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소셜워커로 미국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익이 되거나 유익한 정보는 되도록이면 한인들에게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진행시키곤 하는데 그것이 민족, 가족의 끈끈한 정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좀처럼 타민족과의 형평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끔 한국 사람이라도 지나치게 도리를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동족일지라도 도움을 줄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일부 몰지각하고 파렴치한 한인들은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을 눈감아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면 한국 사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야비한 말과 함께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월드컵인 양 한국편, 미국편으로 나눠 어느 쪽을 응원하느냐는 듯 나를 미국인들의 앞잡이 매국노로 만들어버린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종종 일제 강점기 때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는 아닐지라도 미국 정부기관과 백인들을 상대로 일을 하니 해방 전 일본인 밑에서 일을 해왔던 조선인들의 입장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도 있다.
간혹 통역을 맡은 한인들 중에 본인이 백인인 양 착각하며 영어 못하는 한인들을 무시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내 모습이 혹 그러지 않을까 행동과 언사를 재점검해 보기도 한다.
겸손하고 유순한 사람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과 함께 부탁하지 않은 사항까지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값비싼 승용차와 명품으로 온몸을 휘두른 사람이 명령조로 저소득층이 받아야 할 혜택을 요구할 때는 당연지사 찌푸린 얼굴과 함께 냉정한 대답을 줄 수밖에 없다.
사실 인간이다 보니 감정에 따라 통역 때 나오는 단어들도 다채롭다. 높은 직위를 가진 자들을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고 작고 낮은 자라도 따스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통역사다. 한 예로 한국에 이스라엘 국립교향악단장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마치고 “Thank you very much and Seoul is beautiful city!” 서투른 영어로 인사를 했으나 통역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곳 서울에서 특별한 연주를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박수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덧붙인 몇 단어에 그 이름 모를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관객들에게 뜻 모를 기립박수와 환대를 받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늘어나는 저소득층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1.5세대 사회 복지사들이 아직도 터무니없이 모자라다.
인종차별에 대한 법률 때문에서인지 백인들은 소수계 민족들에 대해서 의외로 관대할 때가 많다. 그래서 영어가 능통한 소수민족들을 많이 고용하여 그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이해를 교육시켜 자신들이 지고 가야 할 인종차별에 대한 짐을 벗어버리는 것 같다.
이중언어를 구사하여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때론 매국노 혹은 영웅으로 어처구니없이 수시로 바뀌지만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이민사회의 중개인들이 많이 양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토마스 오/소셜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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