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경제재건 지원협약 10여건 맺을 듯
이라크 국민은 미국 싫어해 강경발언도
(바그다드 AP.AFP.로이터=연합뉴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일 오전 외무장관 등 대규모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이틀 일정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이라크 수상 누리 알-말리키(AP Photo/Ahmad al-Rubaye, Pool)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바그다드행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뒤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첫 바그다드 방문이다.
그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총리를 잇따라 면담하고 양국간 `형제와 같은’ 우의 증진을 선언하면서 자신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한 미국을 겨냥, 강경하게 비난했다.
이날 오전 10시께(현지시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려 붉은 융단 위를 지나면서 이라크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호시야르 지바리 이라크 외무장관 등 이라크 고위 관리의 영접을 받았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바로 바그다드 시내의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고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미리 나와 기다리던 탈라바니 대통령과 4번 볼을 맞대는 아랍식 전통 인사를 나눴다.
이어진 양국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연 방문으로 이미 훌륭한 연대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의 방문은 역사적이라고 화답했다.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형제 국가에 왜 왔느냐고 묻지 말고 왜 그간 오지 못했느냐고 질문해야 한다며 밀접한 양국관계를 과시하는 입담을 발휘하기도 했다.
탈라바니 대통령은 아울러 이라크에서 암약하는 대표적인 이란 반정부 군사조직 `무자헤딘 에 칼크’(MEK)를 거론하며 이 테러조직을 추방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MEK 조직의 소탕은 이란 정부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의 실권자인 말리키 총리와 회담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언제나 증거없이 다른 나라를 비난하고 문제를 증폭한다며 미국은 이라크 국민이 미국을 싫어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기자회견은 바그다드의 미군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 내 이라크 총리실에서 열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방문 기간 이라크 경제 재건사업에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10여건의 협약을 맺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역사적’인 것으로 평가받은 이번 이라크 방문은 양국 관계증진과 더불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중동의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대외에 과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또 이번 방문을 통해 ‘이란이 이라크 무장단체를 지원한다’는 미국 등 서방의 비난을 해소하고 이라크 폭력사태 해결에 이란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그러나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촉발했던 샤트 알-아랍 수로와 관련, 1975년 알제리 알제에서 맺은 국경 협약의 개정 문제는 재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란 외무부는 못박았다.
의미있는 방문이니만큼 양국간 껄끄러운 문제는 이번 회담의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아마디네자드의 방문에 맞춰 바그다드 공항과 주변 도로에서 삼엄한 경계를 폈으며 100m마다 군 검문소를 설치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3일 오전 바그다드를 떠날 예정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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