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라서 그런지 LA 개발계획에 대한 발표가 유난히 많다. 브로드웨이를 재개발하고 전차를 부활해 LA 다운타운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됐고 다운타운 의류도매 시장을 세계적인 패션·디자인 종합센터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윌셔 블러버드 버스 전용차선 설치를 위한 연방기금이 확보됐고 올림픽-피코 블러버드의 웨스트LA 구간을 일방 통행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시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한인타운 내부의 개발계획은 아니지만 모두 직·간접적으로 한인타운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이다.
정부에서 개발계획을 발표한다고 모두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개발안 가운데는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유야무야 사라지거나 재정이 부족해 없었던 일이 되는 경우도 많다. 민간 분야의 참여와 시민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이 있어야만 세금의 낭비 없는 도시개발이 가능하다. 시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균형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시민들의 관심 부족이나 특정 집단의 반대로 사라진 개발계획도 많다. LA시가 부활시키겠다는 다운타운의 전차가 1961년에 없어진 배경에는 대기업 GM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1940년대만 해도 LA는 전국에서 가장 편리한 전차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GM이 버스와 승용차 등 차를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경쟁상대인 ‘전차 죽이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GM은 1940년부터 LA를 포함한 미국 내 대도시 45개의 전차 시스템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전차 시스템을 구입한 뒤에는 철도를 제거하고 GM이 제작한 버스 노선으로 전환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베벌리힐스 프리웨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개발안이다. 2차 대전 이후에 캘리포니아에 프리웨이 건설 붐이 일며 1954년부터 LA 주변에 5번과 10번, 110번, 101번, 405번 등 30개가 넘는 프리웨이가 건설됐다. 1960년대 샌타모니카 블러버드를 따라 이스트LA의 에코팍과 웨스트LA의 웨스트우드를 연결하는 ‘베벌리힐스 프리웨이’ 건설이 추진됐지만 베벌리힐스의 ‘럭서리’ 상권을 지키려는 업주들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베벌리힐스 프리웨이’ 건설을 기대하고 추진된 센추리시티는 연결도로가 없는 도시안의 섬이 돼버렸고 베벌리힐스는 ‘부자동네’의 특권을 유지하는 대신 윌셔 블러버드 상시 교통체증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됐다.
다운타운 재개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다운타운의 의류도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인상인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나 한인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는 전혀 없다. 윌셔 블러버드에 버스 전용차선 설치가 곧 착수되지만 한인타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거나 추진과정에 참여하는 한인 단체는 없다.
피코-올림픽 블러버드의 일방통행 시도가 한인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10년 후에 다운타운 재개발 그늘에 가려지고 웨스트LA의 뒤안길에 잊혀진 한인타운이 되지 않으려면 한인회와 상공회의소 등 한인단체들은 LA 시정부의 개발 계획에 귀를 세워야 한다.
김연신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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