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도 오렌지카운티 쉐리프국의 두와나 펠튼 요원이 미제사건의 서류철들을 보여주고 있다.
28년 만에 윤간살해범 체포 등 불구
짐과 글레나 챈들러부부가 딸을 살해한 범인이 안 잡힐 수도 있다고 체념한 것은 사건 발생 후 몇 년이 지나서였다. 1979년 윤간살해당한 22세의 자넷 챈들러는 막 줄리아드음대에 입학신청을 마친 성악전공의 재원이었다. 자넷의 처참한 시체는 미시건주 눈 쌓인 하이웨이에 버려져 있었다. 당시의 수사에선 이렇다 할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20년 후 미제사건 수사팀은 이 살인사건의 옛 파일을 들추었다. 한 조각 한조각 퍼즐을 맞추듯 재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15개주에 걸친 300여건의 인터뷰를 행하며 200만달러의 경비가 소요되었다.
각 경찰국 전담반 예산부족으로 축소나 해체 위기
마침내 2007년 12월, 딸을 잃은 지 거의 30년이 지난 후 챈들러부부는 미시건 법정에서 딸의 살해범들을 마주보게 되었다. 1명의 여자를 포함한 6명의 살인범들은 유죄평결을 받았고 그중 4명에게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되었다.
“난 울음을 터뜨렸지요. 그 오랜 세월 지고 온 짐을 내려놓은 듯 했습니다”라는 아내 글레나의 말에 짐 챈들러는 “놈들의 얼굴에서 그 뻔뻔스러운 웃음이 사라지는 걸 보아 다행입니다”라고 담담히 덧붙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챈들러 케이스 같은 해결은 점점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예산 부족과 우선순위 변경이 미제사건 전담반을 축소시키거나 아예 폐지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제사건(cold case) 전담반’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80년대 마이애미에서다. 당시 쿠바의 카스트로가 죄수들을 미국으로 방면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마이애미엔 12만5,000명의 쿠바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난민 폭증과 함께 마약전쟁에 얽힌 살인사건들이 급증했고 매일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에 밀려 1,400건에 달했던 미해결 살인사건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시당국은 미제사건들을 전담할 수사팀을 조직했고, 먼지 속에 파묻혔던 옛 사건들은 DNA 감식테크놀로지에 힘입어 하나씩 그 미스터리를 벗어갔다. “전국의 수사당국들이 비슷한 전담반을 신설했지요”라고 당시 마이매미-데이드 경찰국 미제사건 전담반장으로 10년 동안 130건 해결이라는 개가를 올린 데이빗 리버스는 말한다.
미제사건 재수사는 대중의 폭발적 인기를 모은 하나의 현상으로 정착하며 당시 ‘Cold Case’ ‘Cold Case Files’라는 TV시리즈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미제사건 재수사의 첫 단계는 묵은 사건 서류 정리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단계는 옛 증거에서 추출된 DNA 검사. 20년 전 희생자의 셔츠에 묻었던 핏자국이 연방정부의 전과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거치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해결사건의 30%가 유전자 검사 덕이었다.
나머지는 재래식 수사다. 특히 오랜 세월이 지나며 범죄관련자들 사이의 관계가 변하면서 수사에 도움이 되는 증언이 많이 나온다. 애인의 범죄를 눈감아주던 여성이 10여년이 흐른 후 이젠 헤어진 마당이니 솔직히 털어놓는 등의 식이다.
그러나 높은 수사 성공률에도 불구, 한 사건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몇 년전부터 미제사건 전담반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1982년 흉악범에 아내를 잃었던 남가주의 소방관 리처드 보스는 분노와 복수심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마다 악몽을 꾸며 20여년을 보냈다. 미제사건 수사반의 집념으로 아내 살해범이 체포되고 지난 12월 유죄평결로 이제야 악몽에서 풀려났다는 그는 전담반이 폐지되면 누가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것이냐며 안타까워했다.
살인범들이 버젓이 거리를 누비는데…
미전국 각 수사당국의 미제사건 전담반의 새해 예보는 영 어둡기만 하다. 이미 2007년에 전담반을 위한 연방기금이 40%나 축소되었다. 전국수사연구소에 의하면 2005년 1,420만달러에서 85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검찰의 경우 31만6,000달러 예산절약을 위해 2인 전담반을 폐지시켜버렸다.
폐지를 모면한 경우 대폭 축소된 것이 미제사건 전담반의 요즘 운명이라며 일선 수사관들은 그 후유증을 우려한다. 전체 살인사건 중 미해결은 평균 60%, 그나마 전담반이 사라지면 매년 수천명의 살인범들이 다음 희생자를 물색하며 버젓이 거리를 누빈다는 것이다.
“살인범들은 대부분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을 잡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생깁니다” 미제사건 전담반은 축소가 아닌 확대가 필요한 부서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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