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에선 지탄받는 꼴불견들
딴동네 가면 감투 뒤에 숨어…
몇년째 풀죽은 경기는 올해도 여전합니다. 연말이 닥쳤지만 대목은 데려오지 않고 또다시 연말만 덜렁 찾아온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쥐죽은 듯 조용한 연말은 아닙니다. 올해도 여기저기서 모임의 릴레이는 계속됩니다. 게다가 5년만에 찾아온 한국대선이 겹쳐 대목 없는 연말 분위기를 대신 달궈놓고 있습니다.
이럴 때면 거의 어김없이 별별 감투를 쓰고 별별 사람들이 활보합니다. 더러는 혈연이나 유사한 소신 등으로 미뤄 특정후보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 “아하, 그런 위치라면 그럴만도 하지” “거 참 그 후보가 좋은 사람 건졌네” 하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더러는 “아니 한인사회 물 흐린 것도 모자라서 저 꼴뚜기가 어느새 저기 끼었나” “거 참 그 후보는 눈도 귀도 없나” 하는 비아냥을 자초하는 인사들도 없지 않습니다.
호모 감투스-.
호모 에렉투스(직립) 호모 사피엔스(사유) 등 인류의 진화단계에 따라 붙여진 이런 학술용어를 이용하자면, 남들이 어떻게 보든 좀 괜찮아 보이는 감투라면 좀체 사양하는 법이 없는 이런 인사들을 이제는 ‘호모 감투스’로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실은 UC버클리에서 방문학자로 있었던 작가 이문열씨는 바로 이런 착상으로 ‘호모 엑세쿠탄스’란 소설을 썼지요.)
좌간, 감투가 많다보니 명함을 두서너개 준비해 이때 이것 쓰고 저때 저것 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장에다 온갖 감투를 빼곡히 우겨넣고 그나마 모자라 뒷면까지 넘어가는 ‘감투진열장 명함’을 품고다니는 이도 있습니다. 어느 단체 무슨 간부, 어느 도시 무슨 대사, 어느 후보 무슨 위원 등등등.
호모 감투스의 특징은? 도무지 세상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뻔뻔하게 나다니는 이들도 있지만, 대개들 속사정 뻔히 아는 자기동네(즉 북가주)에서는 ‘때에 따라 곳에 따라’ 조심하는 시늉을 하지요.
그러나 남모르는 동네(특히 한국이나 다른지역 한인사회 등지)에 가면 주제에 맞지 않는 감투를 십분 이용해 거물행세를 한다고 합니다. 안봐도 뻔한 얘기입니다. 북가주 한인사회의 어느 ‘호모 감투스’들이 한국서 열린 무슨 행사장에서 또는 다른 커뮤니티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는 크로스 커뮤니티 행사장에서, 의기양양하게 허울뿐인 명함을 건네주며 “풍을 떨더라”는 제보성 개탄성 얘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한국의 어느 회사나 관련기관에서 신원조회(실은 명함에 적힌 단체의 실체나 해당인사의 신용 등에 관한 탐문)를 해오기도 합니다. 재개발 전문 어느 회사 관계자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제안한 북가주 한인에 대한 탐문을 직접 해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박사는 서울의 명문사립대학교가 야심차게 신설하는 학과의 전임교수직 원서를 내면서 그냥 솔직하게 학문적 이력만 쓰면 될 것을 하지도 않은 한인사회에서의 눈부신 활동(그런 일을 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그런 생각이라도 가졌는지 의심되는 거룩한 활동)의 발자취를 적어놓았는지, 하필 기자와 친분이 있는 그 대학 관계자가 구두 신원조회를 해오는 바람에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한참동안 난감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닙니다. 그들도 눈치코치 다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정도로 정보에 빠꼼이들인데….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