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미과학기술협력재단 강당에서 열린 ‘한국 대선과 한미관계의 진로’ 대토론회는 평화와 번영의 포럼이 아니라 교민사회 어디에서나 흔히 회자되고 언성을 높이는 3류 정치 이야기이며, 대통령 후보에 관한 잡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 적이 실망했다. 친미를 앞세운 노무현 정부 성토는 미국 네오콘들의 극성보다 더한 듯 하고, 한국 대선구도 진단과 경제적 시각에서 본 한국 대선의 주제발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강조되는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장으로 착각하기에 충분하다.
어느 교수의 좌파로 단정하는 노무현 정부 성토는 본국 거대 보수 언론세력이 몇 년(정확히 10여 년)을 두고 횡설하고 수설하는 사설과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 물론 잘잘못은 옳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미 외교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지금까지도 호혜평등이 무시되어온 상전과 종의 관계를 또다시 강조하는 듯한 주제발표는 50년을 넘게 들어온 반공, 동맹, 혈맹이라는 말에 신물이 나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모택동을 좋아한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모택동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유인 개개인의 선택이다. 우리의 영웅 안중근 의사를 숭배하고 현재까지 제사를 지내는 일본인이 얼마나 많은가. 이순신 장군을 떠받드는 일본의 지식인들을 또 얼마나 많은가. 정치인들과 교수들의 자제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현상과 모택동의 아들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현실을 생각해보라. 좋아하고 또 미워하기에 앞서 생각해볼 일이다.
대선 구도 진단과 경제적 시각의 한국대선 주제발표는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선언인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과 땅 투기를 보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어느 국무총리 지명자는 주민등록 위장으로 낙마했고, 어느 대법관 지명자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낙마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장전입에다 섬에서부터 각 도의 노른자위에 벌집같이 부동산을 투기한 사람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주제발표는 목로주점에서나 들을 수 있는 잡담인 듯하다. 상대를 털어서 나는 먼지는 부정이라 안 되고 내 편의 먼지와 구린내는 향수라는 논리, 어불성설이다.
또 진행의 미숙으로 열심히 해명하는 발표자의 얼굴에 대고 말을 끊는 진행자의 해프닝은 코미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번의 주제발표는 평화와 번영의 기치 아래 노무현 정부의 성토, 이명박 후보의 원격지원, 그리고 항상 그러하듯 반공을 앞세운 친미 일변도의 좌담회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세속난설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나는 좌익이 될 것이다. 삼복 무더위 중 모처럼 시원했던 주말 저녁이 못내 아쉽고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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