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에 열린 제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왕’(The Queen)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영국의 베테런 스타 헬렌 미렌(60)과의 인터뷰가 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인 지난해 8월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각본을 쓴 피터 모간이 미렌의 얼굴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II의 모습과 너무 닮아 그를 위해 글을 썼다고 말했듯이 미렌은 여왕을 많이 닮았다. 작은 체구에 우아미가 가득했는데 농담을 섞어가며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여자였다.
‘성격의 귀족성’이 연기력 바탕
여왕의 인간적인 면 표출 위해
다양한 초상화 많이 보고 연구
<헬렌 미렌은 ‘마음의 귀족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여왕역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가.
▲내가 한 역 중 가장 두렵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여왕은 전 세계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어서 단순히 겉만 표현해 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영국 사람들은 여왕과 강렬한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역은 정말로 위협적인 것이었다.
-당신이 각본을 읽었을 때 즉시 여왕역을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가.
▲엘리자베스 II는 늘 자기 통제와 책임감과 의무감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여왕의 이런 성질 외의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과거 여왕을 폴로경기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때 본 여왕은 매력적이요 우습고 또 반짝반짝 빛났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여왕이 아니었다. 그의 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이 다른 사람을 표현해 여왕을 하나의 완전한 사람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여왕역을 위해 준비를 어떻게 했는가.
▲여왕이 나오는 필름과 여왕에 관해 쓴 책을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 봤다. 그리고 여왕의 초상화들도 많이 보고 연구했다. 그 결과 여왕은 매우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여왕이 냉정하고 속을 억누르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건 터무니없는 소리다. 여왕은 매우 인자한 사람이다.
-이 여왕역으로 언젠가 여왕을 만날지도 모를 텐데.
▲나도 그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 오지는 못할 것이다(영국 왕실은 미렌이 오스카상을 탄 후 불원 미렌과 각본을 쓴 피터 모간과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를 버킹엄궁으로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왕역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점은 무엇이었나.
▲여왕이 제복을 무척 좋아했다는 사실로 여왕은 어렸을 때 걸스카웃에 들어가 단체생활을 매우 사랑했다. 여왕은 걸스카웃처럼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매우 실제적이어서 뭐든지 직접 자기 손으로 하길 좋아한다.
-당신은 이 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고상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것은 당신이 귀족가문 출신이어서 그런가.
▲내 증조모는 러시아 귀족이었지만 나의 나머지 반은 영국 서민에 뿌리를 두었다. 나는 계급이나 귀족풍을 별로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성격의 귀족성이다. 여왕은 바로 이런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의 성장과 관계가 있다기보다 본연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주로 나이 먹은 여자 역을 제공받는가.
▲물론이다. 사람은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보해야 한다. 그 동안 나에게 맞는 역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운 좋은 일이었다. 나보다 젊은 역은 하고 싶지 않다. 내 나이에 맞는 역을 하고 싶다. 영화 외에도 나는 연극에 2~3년간 몰두한다. 연극, TV,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일하면 자연 일자리도 많아진다.
-여왕이 영화에서처럼 직접 차를 운전하는 것이 사실인가.
▲운전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비도 할 줄 안다. 여왕은 그런 기능을 2차대전 때 자동차 정비공 훈련을 통해 배웠다.
-다이애나 사후 당신은 영국 왕실의 문제 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 사건이 났을 때 난 그에 관해 아무 견해도 없었다. 그 때 난 미국에 있어 제3자의 눈으로 사건과 왕실의 대책을 보는 식이었다. 왕실이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선 나는 어떤 특별한 견해도 없었다. 그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왕실의 태도를 결코 평가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왕실은 잘못을 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토니 블레어의 조언에 따라 왕실은 결국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왕이 다이애나의 사망에 관해 뒤늦게 느낌을 발표한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왕은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왕은 어릴 때부터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오래 전 나라에 경사가 있었을 때 왕실에서는 여름휴가 별장에 있는 여왕에게 문을 닫은 버키엄궁으로 와서 발코니에서 국민을 맞으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여왕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II는 다이애나 사후의 무반응으로 국민의 질책을 받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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