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크로니클, ‘진화하는 뱀의 생존비법’ 집중진단
1958년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래, 21세기인 오늘에도 진화론은 현대 과학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거리임에 틀림없다. 다윈이 주장하였던 자연선택설은 먹고 먹히는 대 자연의 섭리 안에서, 생존을 위한 생물들의 끝없는 투쟁에 의해 효과적으로 뒷받침 되고 있다. 최근 올드 도미니언(Old Dominion) 대학의 데보라 허친슨 교수가 이끄는 진화 생물학 팀은 일본에 서식하는 독특한 뱀에 관한 연구를 <내셔널 아카데미 오브 싸이언스>(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기고하여 자연 선택설의 또다른 근거를 제시하였다.
일본 혼슈의 이시마 섬에 서식하는 이 뱀들은 피부에 맹독을 품은 두꺼비를 주식으로 하고 있다. 이 뱀들은 스스로를 먹이에 맞춰 진화시켜 왔는데, 두꺼비를 포식함으로써 섭취한 맹독을 자신의 몸 속에 쌓아놓을 수 있는 독특한 기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축적한 독을 활용하여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뿐만 아니라, 어미뱀들은 두꺼비로부터 얻은 독을 것을 자신을의 새끼들에게 물려준다.
덕분에 자손들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충분히 자라서 스스로 두꺼비의 독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이 흥미로운 뱀의 학명은 파브도피스 티그리누스(Phabdophis tigrinus)로, 다른 종으로부터 섭취한 독을 자신의 독특한 분비기관에 저장함으로써 무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목 뒷줄기에 위치한 Nuchal이라 불리는 이 분비기관은 포식자로부터 공격할 때 외부로 노출되어 방어에 사용된다. 허친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두꺼비가 서식하지 않는 킨카잔(Kinkazan) 섬의 뱀들에게서는 이와 같은 기관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UC버클리 버키 윌리엄스 씨는 이와 흡사한 종을 발견해냈다. 오리건주와 서부 캘리포니아의 습지대에 가터뱀들도 이 지역에 서식하는 파충류인 영원(Newt)의 피부에서 얻은 독을 자신의 방어기제로 활용한다고 한다. 이들은 일본의 뱀들과 다르게 섭취한 독을 자신의 간에 몇 주 동안 보관해 두었다가 유사시에 활용한다. 영원은 피부에 테트로톡신(tetrodoxin) 혹은 TTX라고 불려지는 가장 강력한 신경독의 일종를 품고 있는데, 가터뱀들은 이로부터 면역을 갖도록 진화해 왔다. 가터뱀들의 포식자들은 영원의 독이 저장되어 있는 간을 먹은 후 구토하거나 심지어는 죽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가터뱀을 멀리하게 된다.
자연 선택설은 삶과 죽음의 투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윌리엄스 씨는 <저널 오브 케미컬 이콜로지>(Jounal of Chemical Ecology)에 기고를 통해 주장하였다. 자신들의 유전자를 맹독으로부터 견딜 수 있도록 적응시킨 후 이를 활용하여 천적들을 물리치고, 성공적인 유전자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이 톡특한 뱀들은 수천 수만년에 거쳐서 자연선택설이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 준다. 훌륭한 유전자는 살아남고, 자질을 갖추지 못한 종들은 결국 생존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목진건 객원기자> basket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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