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심야 엽기만행 한인희생자 추모예배
가족 친구 등 120여명 애도속에 14일 엄수
“네가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고 슬프다. 벌써 너무 그립다. 그 누구도 네가 없는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없을 거야.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천당에서 마음 편히 쉬고 있길 바래.”
조사를 읽는 친구도 듣는 친구들도 다른 조문객들도 울먹였다. 다만, ‘그’는 말이 없었다. 추억의 사진에서 졸지에 영정의 사진이 돼 버린 유리액자 속의 그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14일 오후 라파엣 오크몬트 공원묘지 장례식장. 지난 3일 새벽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어느 나이트클럽 앞에서 불량배들에게 팔이 꺾인 채 얻어맞는 친구를 구하려고, 그 이유없는 폭력을 그치게 하려고 뛰어들었다 더 한 폭력의 재물이 돼 끝내 목숨을 잃은 한인대학생 박00씨 추모예배가 열렸다.
가족들 친구들, 가족의 지인들, 친구의 친구들, 이석찬 SF한인회장과 천인필 부총영사 등 각계 인사들 등 약 1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쯤까지 열린 추모예배에서 집례목사(Sung H. Lim)는 예수의 부활을 떠올리며 “슬프고 애절한 마음들이 우리 속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 있는 00이는 우리를 오히려 위로할 겁니다. 이 모임은 그를 추모하는 모임이 아니라 천국입성식을 하는 모임으로 우리는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하고 염원했다.
사진 속의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다른 친구가 “언제나 친근하고 냉철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이 친구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평생토록 내 뇌리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을 때도, 또 다른 친구가 그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우리의 모범이었고 천사였던 그는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했을 때도.
조사에 이어 ‘그’의 사진첩을 뒤적여 편집한 영상물이 펼쳐지는 동안, 장내는 다시금 숙연해졌다. 어릴 적 색동옷을 입은 사진들, 중고교 시절 장난꾸러기 사진들, 가족들과 함께 유원지에서 찍은 사진들, 침대에 누워 찍은 사진, 소파에 앉아 찍은 사진, 강아지를 안은 사진, 난간을 짚은 사진 등이 한장한장 클로즈업돼 화면을 가득채울 때마다 마치 그가 금방이라도 장난끼 어린 미소를 띠면서 툴툴 털고 걸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조문객들은 거듭거듭 가슴을 저몄다. 꼿꼿이 앉은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던 아버지도 커졌다 작아졌다 아들의 23년 삶을 반추하는 장면들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는지 하얀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주위를 닦아냈다.
박씨의 유해는 가족들 뜻에 따라 화장돼 15일 그곳 납골당에 안치됐다. 한편 이석찬 SF한인회장은 14일 오전 SFPD 담당경찰을 만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높은 관심을 전달하고 수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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