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몸을 깎아 내리는 겨울 추위에 선태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헤어진 손에 들린 빈깡통이 덩달아 소리를 내었다. 발끝에서부터 몸이 얼어오기 시작했다. 빨리 걸으려 해도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조금만 가면 부자집 광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마른 짚이 쌓여있고 그 속에 몸을 파묻으면 그나마 추위를 막고 밤을 지새울 수 있는 것이다. 인기척이 없는 마당은 텅 비어 있었고 대문은 아직 빗장이 걸려있지 않았다. 선태는 숨을 죽이고 문을 밀었다. 아픈 발끝을 들고 광 안으로 들어갔다. 더듬어서 몸을 누일 곳을 찾았다. 다행히도 모퉁이에 짚이 수북했다. 선태는 몸을 던졌다.
자동차 소리가 크게 들리면 서둘러 광을 떠나야한다. 이 집 사람들에게 들키면 몽둥이 찜질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태는 너무 몸이 간지러워서 깨었다. 몸을 일으켰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몸이 퉁퉁 부어 올랐다. 몸을 꼬아가며 뾰족한 모서리에 몸을 기대고 긁어댔다. 그래도 시원치가 않다. 선태는 이럴 때가 아니라고 몸을 끌다시피 광을 빠져 나왔다. 할머니의 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어머나, 이를 어쩌나. 이 애가 옴이 옮았구나.”
일주일 넘게 선태는 몸을 질질 끌며 동냥을 했다. 사람들은 선태를 피해 갔다. 사람들이 침을 뱉고 지나갔다. 욕지거리를 했다. “재수 없어, 장님에 문등병에…” 선태의 몸에서는 곳곳에서 진물이 났다. 심하게 긁어서 피까지 맺혔다. 선태는 속삭였다. “하나님, 저를 살려주시면 제가 하나님을 위해서 살겠어요. 죽을 때까지 말이에요.”
엊그제 할머니의 소리가 귓전에 왔다. “애, 너 아직 여기 있었구나. 가엾은 것.” 할머니는 선태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자.” 할머니는 선태를 안다시피 이끌고 자기 집에 데리고 갔다. 아랫목에 눕히고 더러운 옷을 벗기고 더운 물로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름을 입으로 빨아냈다. 할머니는 닭을 잡고 그 즙으로 몸을 또 씻겼다. 한 달 동안 지극히 선태를 돌봤다. 몸이 깨끗이 나아갔다. 아들을 군대로 보내고 어렵고 외로운 할머니가 선태는 걱정이 되었다. 선태는 집을 몰래 빠져 나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몇 군데 고아원을 전전한 끝에 선태는 갖은 애를 써 일반학교에 진학했다. 체육선생은 장님인 선태를 운동시간에 앉혀놨다. 선태는 선생님께 사정을 했다. “제가 농구볼 5개 넣으면 운동을 시키는 거죠.” 선생은 “그래, 좋다.” 선태는 방과후에 수천 번의 공을 쏘았다. 며칠 후 합반이 모여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5 샷을 거뜬히 성공시켰다. 마라톤도 완주했다.
약속대로 선태는 신학대학을 갔다. 그리고 친구목사의 소개로 시카고로 유학을 왔다. 시카고는 끔찍이 추웠다. 옛날을 생각하면 이런 추위는 선태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시각훈련 연구소에서 4개월만에 1년 과정을 전부 마치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김선태 목사는 이제 자신처럼 눈이 멀어 좌절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받치고 산다. 세 개의 안과 병원을 세우고 전국을 다니며 눈먼 사람들에게 광명을 주고 희망을 심어준다. 깨끗한 옷과 편안한 자리는 너무 과한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 돈을 지닌 적이 없다. 짜장면 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그에게는 없다.
하늘은 늘 푸르고 들에는 밟혀도 끝없이 들꽃은 피어나는 것이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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