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도 좀 세련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며칠 전 밴나이스에 사는 한 여성독자가 신문사로 전화를 해서 이런 말을 했다. 연방의회가 ‘미주 한인의 날’을 결의할 정도로 한인들이 미국에 정착하고 산지가 오래 되었는데도 타인종을 대하는 한인들의 태도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련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의 남편은 노스리지의 한 종합병원에서 약사로 일하는 데 같은 약사인 타인종 동료가 한인들로부터 심한 모욕감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가톨릭인 그 동료가 어느날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을 때였다. 영어 미사 시간을 놓쳐서 평소와 다른 시간대에 성당을 찾은 것 같았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부 동양사람들(한인들)이더랍니다. 미사도 한국말로 진행되니 앉아있기가 어려웠겠지요. 그래서 도로 밖으로 나왔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남자들 대여섯 명이 우르르 달려나오더니 “왜 왔느냐”고 따지더라는 거예요”
당황한 그는 “예배드리러 왔다”고 설명을 하고 그 자리를 빠져 나왔지만 상당 기간 불쾌했을 것은 자명한 일. 근무하는 병원에서 그가 그 이야기를 하자 옆에 있던 타인종 직원들 여럿이 “코리안들은 그렇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맞장구를 치더라고 했다.
“피부색 까만 사람, 얼굴 생김새 틀린 사람들에게 우리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요. 다른 곳도 아니고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성당·교회에서까지 이렇게 배타적이어서야 되겠어요?”
미국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번창하면서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인들이 미국 사회 구석구석으로 진출해서 명실상부한 다인종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타민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 옷가게, 노래방, 카페 등을 찾아 코리아타운을 방문하는 타민족들이 많은데 그들의 경험이 항상 유쾌한 것은 아니다. 특히 유색 인종일 경우 ‘불쾌했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있고, 종종 그 경험은 같은 직장의 한인 동료에게로 전달된다.
은행에서 일하는 한 한인 여성도 동료로부터 그런 경험 이야기를 들었다. 타인종 동료가 코리아타운에서 고가품을 파는 한 샤핑몰에 갔을 때였다. 옷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종업원들이 ‘어서 오시라’는 인사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더니, 의심스런 눈초리로 감시하듯 힐끗 힐끗 쳐다보더라는 것이었다.
샤핑몰의 종업원들은 ‘미심쩍은’ 타인종 손님을 다시 안 보면 그만이지만 그런 대접을 받은 타인종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코리안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 영향을 당장은 같은 직장의 한인 동료들이, 멀리는 우리 후손들이 받게 되지 않을까. 새해에는 우리 모두 좀 세련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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