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지 5년쯤 지났을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기억된다. 자영업을 하던 중 어머니 날을 맞아 오랜만에 스트레스도 풀겸 식구들과 일찍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라스베가스로 가는 15번 프리웨이 상에서 개스가 바닥이 난 것을 발견하고 출구로 나간다는 것이 피곤이 겹쳐 정신이 없어 50미터 정도를 지나치고 말았다.
다음 주유소는 약 30마일 가야 했고, 백미러로 뒤를 보니 오는 차도 없기에 조심스럽게 후진을 했다. 그때 뒤에서 빨간 불을 켠 경찰 차가 나타났다.
꼼짝없이 발각이 되었으니 모든 걸 체념하고 구비서류를 제시했다. 경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당신, 이 밤중에 프리웨이에서 후진을 하다니, 죽으려던 거냐, 술이라도 취했느냐”고 물었다.
개솔린이 바닥이 났고 다음 주유소는 너무 멀어서 위법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고 나는 사실대로 실토를 하였다. 교통순경은 플래시를 가져오더니 시동을 걸어보라고 하고는 개스 눈금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동정이 가는지 출구까지 안내를 해주면서 교통 위반 티켓 발부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교통위반을 인정 못하겠다고 사인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는 정직하게 사실대로 인정하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어떤 부부는 아내가 교통위반으로 지적을 당하자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남편이 자기가 운전했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결국 아내는 그 차 음주운전으로 남편은 공무집행 방해죄로 같이 철창 신세를 진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2년 전 가족들과 애리조나주로 여행을 갔다가 이른 아침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들에게 타주에서는 각별히 속도에 신경을 쓰라고 주의를 준 뒤 5분이 지났을까 언덕에서 내려가는 프리웨이 상에서 잠복하고 있던 셰리프에게 과속으로 적발되어 변명 없이 사실을 인정하였다. 경찰은 차안을 들여다보며 4인 가족이 애완견까지 동행하고 여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당신이 첫 번째 위반자인데 순순히 인정하며 변명도 안하니 내 자신도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하면서 가족여행에 상처를 주는 것이 안되었는지, 솔직하게 시인한 것이 좋았는지 티켓은 발부하지 않고 경고만 했다.
미국생활을 하다 보면 간혹 증인으로 법정에서 서게 된다. 이때 사실대로 정직하게 말하겠다고 서명을 해놓고 위증을 해서 죄 없는 사람이 유죄를 선고 받게되면 위증한 사람은 거기에 대한 엄청난 대가로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어느 변호사의 말이 생각난다.
한번 믿으면 콩을 팥이라고 해도 믿고 못 믿으면 콩을 콩이라고 해도 못 믿는다고 했다. 정직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하면서 2006년 새해에는 한인사회를 정직한 사회로 만드는 데 우리 모두 힘을 합쳤으면 한다.
이재수
가주한인정신건강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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