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가슴 설레며 맞이했던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떠올랐다. 이 순간, 더 아름다운 새해 2006년을 소원해 보며 아직 가꾸지 못한 생각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 순간 문득, 세상 부모들에게 자식을 대신해 아파 줄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 생명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배어든다. 그렇게 된다면 달랑 아기들만의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새삼 창조주의 위대한 섭리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 순간,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삶의 한 해가 1년이라는 단단한 마디가 되어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피천득 선생님께서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쩌지 못할 사실이다.’라고 ‘이 순간’을 노래하셨다.
그렇다. 삶이란 바로 지금 이 순간들이 모인 집합체이다. 선현들도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누구에게 무슨 말을 마지막으로 남길까 생각해 보라고 가르치고 있다.
로버트 리너즈는 “당신 자식에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십시오. 그것이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기회를 놓쳐 버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9.11 테러 희생자들도 “여보 사랑해. 아이들을 잘 부탁해.”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등을 마지막 전화 메시지로 남겼다.
이제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이 순간,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까.
김혜서
소노마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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