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은데 손이 낮다는 말이 있다. 안목은 높지만 실제 실력이나 여건은 그에 훨씬 못 미칠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골프를 입으로만 잘 치는 사람이 있다. 이론은 프로 수준이어서 남이 골프 칠 때 온갖 훈수를 다 두지만 막상 자신이 채를 잡으면 공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경우이다. 이것이 바로 안고수비이다.
새해는 안고수비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올해는 …’하고 결심들을 하고, 마음 같아서는 못할 이유가 없는데 막상 하루 이틀 지나면 몸이 따라가 주지 않는 작심삼일의 낭패감 - 일종의 안고수비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새해가 밝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했다. 새해를 맞아 결심을 하는 풍습은 역사가 오래이다. 고대 바빌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새해 첫날 어떤 일을 했느냐가 그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은 고대인들이 “새해에는 이렇게 해야지” 하고 다짐을 한 데서 새해 결심 전통이 생겨났다는 설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성인 중 40-45%가 새해 결심을 한다고 한다. 결심의 내용을 보면 1위는 단연 운동. 시애틀 지역 성인 2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37% 정도가 새해 결심 제1호로 운동을 꼽았다. 건강과 몸매라는 두 마리 새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의지이다.
그 다음 인기 있는 결심은 ‘좀 더 열심히 공부·일을 하겠다’는 것. 세 번째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겠다’ 네 번째는 ‘술이나 담배, 카페인, 마약류를 끊겠다/줄이겠다’로 나타났다.
건강 관련 새해 결심만 따로 분류해보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체중을 줄이겠다’‘다이어트를 하겠다’가 1위부터 3위로 매년 비슷하다.
매년 같은 결심이 반복된다는 것은 매년 시도는 하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마음으로는 벌써 몸짱들이 되고도 남았는데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가장 금연 결심을 많이 한 사람들은 현재의 흡연자들인 것과 같은 이유이다.
새해 새 아침에 굳게 다진 결심들이 왜 중간에서 흐지부지 되고 말까. 습관이라는 괴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형성된 습관은 굵은 밧줄과 같아서 웬만한 의지로는 잘라낼 수가 없다. 평소 TV앞에 붙어있던 몸을 일으켜 달리기를 하게 만들려면 무의식적으로 TV앞에 가서 앉는 습관의 중력을 꺾어내야 하는 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주제로 베스트 셀러 저자가 된 스티븐 코비는 습관 바꾸는 것을 우주선 발사에 비유했다. 우주선이 발사되려면 이후 며칠간 비행하는 데 드는 양만큼의 에너지를 단 몇분간 쏟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중력권을 돌파하고 나면 우주선은 새로운 공간을 자유자재로 항해하게 된다.
새해 결심으로 이루고 싶은 것도 결국은 우주 공간 같은 새로운 가능성일 것이다. 우주선 발사와 같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아니면 또 작심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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