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갖고 싶은 연말 선물이 뭐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비디오게임”이라고 답할 것이다. 비디오게임이 일반에 널리 보급된 것은 70년대다. 당시 아타리사가 만든 전자 핑퐁 ‘퐁’은 전자 막대기로 볼을 치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비디오게임 시대의 막을 올렸다.
1977년 영화 ‘스타 워스’ 개봉에 이어 등장한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비디오 아케이드 산업이라는 새로운 마켓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80년대 들어서는 ‘팩맨’을 비롯 ‘마리오 브라더스’ 등 고전을 포함 새 게임이 100개씩 쏟아져 나왔다. 러시아인이 만든 ‘테트리스’가 세계적 인기를 얻은 것도 이 때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요즘 나오는 게임에 비하면 원시적인 수준이다. 아동용 비디오게임의 대명사 ‘게임보이’는 흑백에서 출발, ‘게임보이 컬러’와 ‘게임보이 어드밴스’ ‘게임보이 DS’를 거쳐 내년에는 ‘게임보이 레벌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20년 사이 벌써 5세대 게임보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3D 영상으로 그래픽이 화려하고 정교할 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돼 세계 각국 게이머들과 겨룰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아이만이 아니라 어른이 봐도 빠지게 돼 있다.
아닌게 아니라 비디오게임은 더 이상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게이머들의 평균 연령이 30세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이 책 서평과 나란히 비디오게임 리뷰를 싣고 있다. 미 국방부도 요즘은 전투 훈련을 전자게임으로 하고 있다. 모든 군장비가 전자화 돼 있어 실제 전투와 게임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미국 내 비디오게임 시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규모가 최소 연 매출 12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2000년 X박스를 출시하며 닌텐도와 소니가 독점하다시피 해 온 이 분야에 뛰어든 것도 비디오 산업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 연말 출시한 ‘X박스 360’은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고 있다.
비디오게임의 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 놀지 않고 하루종일 집구석에 박혀 게임만 하고 있으니 큰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 중독증에 빠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발명품이 나올 때마다 말세라는 이야기는 늘 있어 왔다. 19세기 중반 사진이 발명됐을 때도 “신이 눈으로 보라고 만든 세상을 사진을 찍어 영구히 남기겠다는 것은 불경스런 발상”이라 비판이 있었고 20세기 초 영화가 나왔을 때도 “남녀노소가 어두운 방에 앉아 동영상을 보는 행위는 사회 기강을 무너뜨릴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모든 것은 정도 문제다. 비디오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기보다는 아이들이 이를 절제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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