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좀도둑이 마음을 밟는다
새벽시장의 주차장 이었어
누가 차창을 깨고 어물 한 상자를 훔쳐 갔어
귀가 길은 무방비 상태로 냉동되었고
유리 값은 또 도둑맞은 어물 값의 곱절을 상회했고
며칠 후 다시 그 주차장 이었어
일부러 차창을 열어 놓은 채
새벽시장으로 들어가는 척 숨어서 봤더니
절름발이 심한 그림자 하나 나타나더니
어물로 위장한 모래상자를 훔쳐 매고 달아나는 거야
하하하하! 도 잠시
좀도둑에 그 심한 절름발이
마누라라도 온전히 붙어 있었을라구
허기울음으로 지친 어린 새끼들 앞에 모래상자 뜯어놓고
제 눈물에 바닥 모르게 푹 빠지고 있었을 그 좀도둑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을 밟는다.
김병현(1937 - )‘그 좀도둑’ 전문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린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걸린 연말의 길거리,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지갑을 꺼낸다. 김병현 시인은 생선가게를 하면서 좀도둑을 골탕 먹였던 일로 고소하기는커녕 모래상자 뜯어놓고 허황했을 그 좀도둑 때문에 제 가슴 절이며 지금껏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그 좀도둑이시여, 시인의 이 고운 마음 알아주시기를.
문인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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