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로 나를 때우고 전호리에 닿았어. 북향의 빈 집 한 채. 장독이 굴뚝이 부서져 있고 아기 신발이 길을 잃었어 물어보니, 남편은 목수로 전국을 떠돌고 아내는 고촌에서 포장마차를 부린단다. 아기는 본시 우주가 집이었으므로, 엄마가 별로 지키겠지. 두 손 나부껴 반짝이는 아기의 우주 만세.·
마종하‘폐가 순례· 1’전문
집은 남향이 제일 좋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북향인 이 집은 폐가가 된 것일까. 아빠는 벌써부터 떠돌이가 되었고, 엄마는 포장마차를 부리기 위해 집을 떠났구나. 길 잃은 신발의 주인공인 너 아기야, 어른들의 삶은 이렇게 고달픔이란다. 그렇지만 너는 엄마의 잔등이든 포대기에 둘둘 말려 노천에 누여있든 폐가보다 훨씬 좋은 집, 우주에서 잠들어 있으니 우리가 지어놓은 집 무너져 내리는 소리 들리지 않아 참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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