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외지역에 살며 미국 직장에 다니는 K씨가 코리아타운에 나올 때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현금이다. ‘미국 동네’에서 지낼 때는 별로 현금의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한국 동네’에만 오면 현금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칫 망신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친지들을 식당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을 때였어요. 금액이 상당했는데도 그 식당에서는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만한 현금을 어떻게 항상 가지고 다니느냐, 카드를 받으라고 실랑이를 하다보니 옆에 있던 친지가 대신 식비를 내더군요”
“초대한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운 꼴이 되고 말았다”며 이후로 코리아타운에 갈 때면 반드시 현금을 확인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지금 쓰는 것과 같은 ‘플래스틱 머니’가 미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50여년 전이었다. 이전에도 각 업소 별로 물건을 먼저 들여놓고 대금은 나중에 나눠서 갚는 방식의 신용 시스템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플래스틱 카드 한 장으로 여러 업소에서 구매가 가능한 현대적 신용 시스템은 1951년 다이너스 클럽이 처음 시도했다. 당시 다이너스 클럽은 200명의 고객을 선정해 카드를 발급하고 뉴욕시내 27개 식당에서 대금 지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970년 플래스틱 카드 뒷면에 구좌정보가 담긴 자기 띠가 설치되면서 크레딧 카드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맥도널드로부터 수퍼마켓까지 지갑에 크레딧 카드 한 장 넣고 다니면 거의 불편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코리아타운 울타리에만 들어서면 카드 사용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근년 코리아타운에서도 카드 받는 업소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계가 고장났다’‘영수증 복사 종이가 떨어졌다’며 가능한 한 카드를 받지 않으려는 업주들이 여전히 있고, 아예 ‘10달러(20달러) 이하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업소들도 있다. 그래서 액수를 채우려고 애초에 계획에도 없던 물건을 더 사는 일도 생긴다.
한인 업소들은 왜 크레딧 카드를 기피할까.
첫째는 수수료이다. 4-5달러 짜리 물건값 받아 카드회사 수수료 내고 나면 차라리 안 파는 게 낫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둘째는 한인 업소에만 가면 세금을 안 내려 드는 일부 소비자들의 책임. 그래서 현금을 내면 세금을 깎아 주고, 카드를 내면 판매세를 물리는 기현상이 한인업소들에서 일어나고 있다. 물론 현찰 거래를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따로 있다. 세금보고 때 수입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란 것은 누구나 아는 비밀.
매사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카드 수수료가 아까워서 현금만 고집한다면 그만큼의 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카드 수수료를 내면서도 고객의 편의를 배려한다면 돈은 나가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수수료와 단골,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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