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한국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지 못한 것은 번역이 잘 되지 못해서라고 하여, 다시 한번 한국 문학의 번역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역 작가 중에서 노벨상을 꼭 타야 한다고 하며 거기에 목을 맬 필요는 없을 줄 안다.
우리에게는 더 먼저 알려야 할 고전 문학과 이미 고전이 된 뛰어난 현대 작가들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럽에서는 한국 문학 작품이 월등히 많이 번역되어 환영 받고 있으며, 런던의 저명 출판사가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번역으로 내어 판매에서도 성공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문제는 작품의 내용과 문체가 뛰어나서 번역을 한 상태에서도 외국 독자에게 많은 감동이 전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우선 작품의 소재와 내용이 모든 나라의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큼 특이하면서도 감동스럽고, 또 작가의 독창성이 외국어로 번역되었을 때에도 전달될 수 있는 기교로서 쓰여진 대작들을 골라서 번역을 해야 할 것이다. 번역 지원 사업의 지원금도 신청을 한다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작품 선정의 기준을 한국 문학사의 대걸작들로 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말의 독창적 성격은 의성어, 의태어를 비롯해서 어느 외국어로도 옮길 수 없는 다양한 표현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문장 구조가 지극히 논리적이면서도 융통성 있는 구문의 연결과 성립이 가능하여, 이런 기법을 십분 발휘하여 쓴 문장은, 보통 주어와 술어로 한 문장이 끝나야 하는 어느 외국어로도 구문적 문체 기법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현대 작품은 한문에서 온 고사성어와 일본어, 서양어들까지 해서 외래어적인 표현도 엄청나게 많다.
그러므로 이 모든 사항을 어느 특정 외국어로 옮길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번역을 하는 외국어를 완벽히 구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문학에도 보통 조예가 깊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런 외국인 번역자가 아직도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흔히 한국인과 외국인이 공동으로 번역을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국 문학에 능통한 각국의 외국인 전문가가 유창한 자기 모국어로 훌륭한 번역을 해 내야 한다.
그런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외국 대학 한국학과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우리 한국 교수들이니, 그들의 책임은 막중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대표적인 한국 문장가들의 문장으로 번역 연습을 시켜 보는 것도 성과있는 강의 방법이다. 그러면서, 우리 말의 구문을 익히게 하고, 특정한 표현을 어느 외국어에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를 학생들과 같이 찾아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운문) 작품은 같은 어군에 속한 외국어로도 번역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유럽어로 쓰여진 시의 대가들이 노벨상을 많이 탄 것은 그것을 번역으로 읽어서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원어로 읽고 그 가치를 쉽게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장래에는 한국 시를 원서로 읽을 수 있는 외국 독자들도 많이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므로 우선 급한 것은 산문으로 쓰여진 작품들부터 잘 골라서 번역하는 것이다. 일본 소설가들이 노벨상을 탄 것은 번역할 때 의역을 하여 서양어 문장으로 다시 잘 써 주어서 상을 탔다는 말이 있다. 동양어를 서양어로 옮기는 것이 그만큼 힘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충실한 번역으로 우리 작품의 모든 문체 기법을 보여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서양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그 어휘와 구문상의 기법을 우리 말로 거의 있는 그대로 옮길 수 있는데, 그 반대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훈련을 통해 우리 말의 독창성을 외국어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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