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내게 화냄과 짜증은 빈번히 찾아오는 손님이었다. 한데 주변을 돌아보면 화냄과 짜증스러운 태도는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사업과 직장, 자녀양육, 부부관계, 주변 이웃과의 사이, 주거지 관리 등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문제를 매일 접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에 문화, 인종, 언어 등의 장벽들이 진을 칠 때 이민 생활은 더욱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의할 것은 일상 생활에서 생기는 그러한 문제들과 결부하여 화를 내고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일이 때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문제는 내 탓이던 아님 남의 탓이던 항상 우리들 곁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과연 문제로부터 해방된 그런 세상이 이 지구상 어디에 있겠는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문제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일이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문제를 대할 때마다 항상 분노하며 화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문제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변화시키자면 우선 무엇 때문에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분노하고 화내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자, 여기 문제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문제와 더불어 화가 났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화를 내는 주된 이유는 문제가 우리에게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상은 그 문제로 인해 우리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거나 체면이 구겨지고 손해를 본다는 우리의 생각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는 잠재성을 또한 지니고 있다.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일말의 자존심과 체면의식 및 이해 타산적 성향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의 자존심, 체면, 이해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문제로 인해 받은 영향대로 우리가 그 문제에 반응한다면 화는 극복할 수 없는 철옹성이 될지도 모른다.
근데 같은 일을 당해도 화를 더 내는 사람이 있고 덜 한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따져보기 전에, 무엇보다도 이는 분명 화가 통제되어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말해두고 싶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기 중심적인 욕구가 강할수록 더 화를 많이 내는 게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자기 중심적인 욕구가 강할수록 자존심, 체면, 피해의식 등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니 말이다. 우리는 자기 중심적인 욕구가 강해질수록 다른 사람들의 사정과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양보하려는 마음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먼저 채우려는 욕심과 열심을 앞세우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닥치면 자기 중심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더욱 속상해지기 마련이다. 자기 중심적인 욕구의 때를 지워낼수록 우리는 우리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달래고 구겨진 체면에 담담해지며 우리에게 주어진 손해에 더 초연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 중심적인 욕구를 채우려는 욕심과 열심의 때를 씻어내는 일과, 화를 잠재우는 것은 분명 상관관계가 있는 듯하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사실 요즘은 문제 거리가 생기고 그와 더불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내 양심의 거울에 자기 중심적인 욕구의 때가 얼마나 묻어있나 비추어보곤 한다. 이러한 습관이 생겨나면서 화내는 일을 관리하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예전 같으면 더욱 오래갈 수 있는 화들이 금방 풀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크게 느껴보지도 못한 채 화가 스스로 걷혀짐을 체험한다. 화를 자주 내거나 크게 내는 분들이 있다면 이러한 나의 경험을 한 번 권해보고 싶다.
안성중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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