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리는 수퍼컴(Supercomm ‘05) 학술회의와 전시회 참석으로 부득이 시카코 오헤어 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038편을 타게 되었다. 성수기로 좌석이 없어 잘 아는 여행사 사장의 특별배려로 비즈니스 클래스에 예약하여 탑승하게 되었다.
보잉 747-400 비행기의 위층 자리를 배정받아 손가방 짐을 풀고 노트북을 꺼내 앉으려는데 항공사 사무장이 오더니 백만마일 탑승단골 손님이라며 탑승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승무원을 시켜 일등석 앞좌석(3A)으로 모시고 가라고 하여 본의 아니게 아래층 일등석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필자로서는 대한항공 미주노선 초창기에는 별실같이 격리된 일등석이었던 위층을 선호하였으나, 좁은 층계를 오르내리는 불편이 있고 비행 조종실이 위층 앞에 위치해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이 수시 드나드는 등 번잡함이 있기도 했다.
승무원을 따라 배정된 좌석(3A)에 가니 옆 좌석(3B)에 앉은 분이 이미 그 자리에 그의 소지품을 놓고서는 자기가 제값을 주고 탄 좌석이며 체크인 할 때 그 옆자리를 빈자리로 약속 받고 탔다면서 승무원에게 큰소리로 항의하면서 못 앉는다고 계속 항변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승무원이 좌석부족을 이유로 양해해달라고 간곡히 해도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며 사무장을 데려오라고 소동을 피우는 것이었다.
노트북을 든 채 앉지도 못하고 정말 민망하여, 필자도 졸부 같은 그의 꼴이 너무나 지나쳐 표 두 장을 샀느냐고 그의 무례한 태도에 한마디하였더니 자기는 제값 주고 일등석을 사서 탑승하였다는 것을 계속 자기 주장만 하여 얘기가 되지 않았다. 마침 지상 현지 미국인 직원이 와서 그에게 영어로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으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무식한 한국인(?) 기질로 소리를 더 높여 무안한 그녀는 필자보고 그를 무시하고 앉으라고 하니까 더 성질을 부리며, 매니저를 부르라고 조금도 양보를 안하고 소동을 피우는 것이었다.
마침 앞좌석 2B에 앉아 있던 점잖은 분이 필자보고 자기가 2A로 옮기면서 앉으라고 권하여 없던 일로 하고 앉으니 기내는 조용해지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승무원이 다시 필자에게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후 그 자리를 양보한 그 분께는 ‘의원’ 호칭을 하면서 고맙다고 하여, 그분이 남미 브라질에서 다른 나라 의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남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임을 알게 되어 지루한 10여 시간 비행기안에서 그의 의정 활동과 시국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는 동반자를 만나게 된 인연이 되어, 필자에게는 일등석 대우, 좋은 대접보다 좋은 인연을 갖게 되었다.
과거 대기업의 임원으로서 회사 규정상 빈번한 해외여행시 일등석을 타게 되면 소위 고위층 저명인사들(대기업의 회장, 사장 또는 전직 미 국무부 장관 같은 국내외 정부고급관리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일등 상류사회 직위를 떠나서 그들의 매너는 일등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교양있는 자세, 즉 일등석 자리에 맞는 인간성과 태도를 보였다.
인천공항에 예정대로 도착하여 기내에서 나오면서 승무원에게 그 무례하고 추한 한국인 양반의 신원을 호기심으로 물으니 무슨 운동단체(승마회?) 회장이란다. 단골승객에 대한 대한항공사의 고마운 배려로 인해 오히려 입맛이 썼던 해프닝이었다.
오신무 <로녹,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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