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1981년 여성 최초로 연방대법원 판사에 임명된 영예를 지닌 사람이다. 십 몇 년 동안 홍일점이다가 클린턴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DC 연방공소법원 판사를 대법원 판사로 승격시켰기에 말상대가 생긴 셈이었다. 오코너 판사는 최초의 여성이기에 우선 9명 남자 판사들만 있어왔던 전통으로 판사 전용 여자 변소를 하나 만들어야 했다는 일화를 남겼다. 하기는 그가 스탠포드 법대를 마치고 변호사가 된 1952년에는 아무 로 펌에서도 그를 고용해주지 않아 군 공무원 변호사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오코너 판사는 특히 한 로 펌에서 타이프만 칠 줄 안다면 비서로 고용하겠다고 제의해왔던 것을 아직도 불쾌하게 기억한다.
최초의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흑인으로서의 효시도 언급해야 되겠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서굿 마샬이 그 사람이다. 그리고 10월부터는 BWI 국제공항이 그 이름으로 불릴 것이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될 것이다. 마샬 판사는 대법원 사건을 전담하는 법무 차관이다가 존슨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 판사로 발탁된다. 그는 대법원과는 인연이 많은 사람이었다. 볼티모어 태생인 마샬은 1930년 메릴랜드 법과대학에 입학하고자 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흑인을 입학시키지 않았던 인종차별정책 때문에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DC의 하워드 법대로 갈 수밖에 없었던 마샬은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후 처음부터 유색인종 지위향상 전국위원회(NAACP)의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다. 흑인들의 차별사건들을 NAACP 변호사로서 원고를 대표하여 남부 여러 법원들은 물론 DC의 연방법원 등에 제소하고 부지기수로 패배를 당해오다가 1954 브라운 대 (캔사스 주 토피카 시) 교육위원회라 명명된 일련의 대법원 사건에서 흑백분리는 원천적으로 차별이라는 9 대 0의 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자기 자신이 받은 인종차별이 어찌나 뼈에 사무쳤던지 1980년대에 메릴랜드 법과대학이 대학 도서관을 그의 이름으로 명명하겠다고 제의했을 때 참석을 거절하고 아마도 대법원장이나 다른 판사가 대신 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메릴랜드 법과대학이 유일한 대법원 판사 배출의 기회를 (아마도 영영) 잃어버리고 하워드가 그 영예를 차지하게 된 점은 소수민족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고소하다고 느껴진다. 적어도 필자는 그런 생각이다. 연방대법원의 현 면면을 보면 소위 일류대학, 일류 법대 출신들이다. 학부만 따지면 렌퀴스트, 오코너, 앤소니 케네디, 스티븐 브라이어가 스탠포드 출신들이다. 최고령인 존 폴 스티븐스는 시카고 대학 출신. 보수 일관성으로 유명한 안토닌 스칼리아는 조지타운 대학을 나왔다. 유일한 독신인 데이비드 수터는 하바드 출신인 반면 유일한 흑인이면서도 철저히 보수적이라서 흑인들이 ‘엉클 톰’이라고 혹평하는 클라렌스 토마스는 홀리 크로스 대학이라고 별반 안 알려진 대학을 나왔다. 긴스버그는 코넬 대학 출신이다.
그런데 법과대학으로 보면 하바드 법대가 과반수를 넘는다(스칼리아, 케네디, 수터, 긴스버그, 브라이어). 스탠포드는 동급생이었던 렌퀴스트와 오코너 둘. 그런데 그 둘이 데이트를 했었다니까 만일 오코너 여사가 동급생이었던 존 오코너와 결혼을 하는 대신 렌퀴스트와 결혼했었더라면 여성 최초의 대법원 판사의 영예를 못 누렸을 것이다. 스티븐스는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출신이고 토마스는 예일 법대를 나왔다.
한국인 2세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로는 어렵다. 그러나 전 국무차관보 고흥주 현 예일 법대학장, 또 UC 버클리 법대 교수로 있는 유 모 씨, 또 역시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현 민권담당 법무 차관보로 있는 한인 2세 등 10년 내지 20년 사이에 유력한 후보자들이 부상할는지도 모른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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