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각 2030
▶ 김영무 세계은행 근무
“2003년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40세 미만 40대 갑부 35위”
“2004년 8월 주식 평가액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4,337억원보다 약 550억원 높은 4,881억원”
어느 재벌 2세의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 엔씨소프트의 창업자인 올해 38세의 김택진 사장 이야기이다. 그가 개발한 게임 ‘리니지’.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한다. 그는 이 게임 하나로 청년 재벌이 되었다.
그의 성공은 ‘대박’을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된 듯하다. 회사의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게임회사다운 특유의 독특한 경영으로 젊은이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의 성공은 비단 그의 전철을 밟고 싶어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게 귀감이 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한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제시해 주는 듯하다.
국토의 3분의2가 산이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이미 인건비는 주변 경쟁국들에 비해 턱없이 비싸고 믿을 것이라곤 두뇌밖에 없는 나라. 이제 한국 경제는 김택진 사장 같은 사람을 원하고 있다. 그는 정보화 시대의 뜨는 별이다.
얼마전 김우중 회장이 도피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를 창업해 30년만에 세계 500대 기업으로 키운 산업화 시대의 ‘스타’였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그의 성공은 운칠기삼(運七氣三)이 아닌 운삼기칠(運三氣七)이었던 것 같다. 30년 동안 딸 결혼식과 아들 장례식을 위해 단 이틀만을 쉬었다는 김 회장의 수행비서 업무 중 하나는 출장 중 새벽 2시 반에 잠든 김 회장을 새벽 5시에 눈에 안약을 넣어 깨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 흔한 골프도 도피생활 이후에야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32만명의 직원과 110개국 590개의 해외 지법인을 거느리던 그가 초췌한 범법자의 모습으로 인천 공항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시무시하던 군인 대통령이 갑자기 절에 들어가고, 보통사람이라던 대통령은 사과박스로 돈을 받았다고 밝혀지는 꼴을 어렸을 적부터 많이 봐 와서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에 특별히 놀라진 않았지만 고개 숙인 김 회장의 모습은 필자의 눈에는 더욱 각별했다. 그는 저물어 가는 산업화 세대의 상징이었다.
한국 사회가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젊은이들에게 이상적인 기업상(企業象)은 바뀐 지 오래다. 김 회장 시대의 산업이었던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봉제, 식품, 건설업 등은 이제 인기가 없고 사람들이 여가를 즐겁게 해주는 ‘게임’과 같은 문화 컨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각광을 받는다.
이에 따라 가치관도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 제2의 김택진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안되면 되게 하라’ 식의 헝그리 정신보다는 ‘필요한 기술력을 갖추고 합리적으로 도전하라’는 벤처 정신이 더욱 매력적이다. 단순한 성실함보다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암기력보다는 창의력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필자는 아직 새파랗게 젊건만 새로운 정보화 시대의 가치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졸리면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외워라’며 회초리를 때리셨던 내 스승님들의 교육이 필자에게는 아직도 멋스럽다. 김 회장은 불법 분식회계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안긴 범법자이건만, 그는 노력으로 승부를 걸었던 사람이고, 나는 그의 모습에서 향수를 느꼈다.
세상은 바뀌고 세계 경영을 외치던 그는 지금 구치소에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만큼은 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택진 사장도 리니지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하얗게 새웠을 것이다. 필자는 김 회장 식으로 일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영무 세계은행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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