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소년들의 따스한 겨레사랑이 쌀쌀하고 쓸쓸한 세밑 냉기를 녹였다.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관장 김헌기) 소속 청소년단체인 카야(KAYA) 회원들이 어른들도 생각못한 북한주민 돕기 알뜰시장을 열고 겨레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손때 묻은 토끼인형 1달러·앙증맞은 사진틀 50센트·유리잔 50센트·도기로 된 커피잔 50센트·제법 그럴싸한 잔 받침대 2달러·하드커버 영문원서 1달러·소프트커버 한글동화책 50센트·신다 신다 못신은 농구화 한 켤레 5달러·웨이트트레이닝 기구 35달러·언더셔츠에서 청바지까지(1∼5달러)·녹슨 바벨에서 멀쩡한 목발까지·거기다 전날 밤에 송대환 코디네이터 집에서 5명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4시간동안 손수 구워온 쿠키와 컵케익까지(3개당 1달러)….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둔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클랜드 고려촌 앞마당 한켠에서, KAYA 회원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보낼 성탄선물 마련을 위해 토요일의 휴식을 마다하고 펼친 알뜰장터에는 이렇게 하마터면 버려질 뻔했다가 ‘겨레사랑이란 이름의 세례’를 받고 다시 빛을 본 물건들이 수북이 쌓였다. 회원들이 앞다퉈 가져오고, 이들의 뜻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내놓은 것들이었다.
북한은 거의다 산이잖아요.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땅도 아주 부족하고…(지소연양·라파엣 아칼라네즈고교 11학년)
95년부터 97년까지 계속 가뭄이 들고 비료까지 모자라서 농사도 잘 안되고…(성민경양·아칼라네즈고교 12학년)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sanction)를 강행해서 북한이 대회무역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더욱더 고립돼 있고요. (송대환씨·UC버클리 졸업·KCCEB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물건을 정리하랴 손님을 맞이하랴 바쁜 와중에 ‘반짝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마음에는 이렇듯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서 키워진 ‘가시’는 전혀 없고 춥고 배고픈 북녘사람들에 대한 오붓한 사랑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알뜰한 정성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건 이만저만한 무례가 아니지만 성과는 쏠쏠했다. 물건을 다 펴놓기도 전에 콩코드에서 달려온 한 주부는 두 자녀가 고른 ‘짝 안맞는 퍼즐’ ‘포켓몬스터 책’ 등 4달러25센트어치를 산 뒤 너무너무 좋은 일을 한다며 3달러를 덤으로 얹혀주었다.
오전 10시55분쯤에는 김우정 평통회장 부부가 아 우리 아이들이 이렇제 좋은 일을 한다기에 만사 제쳐두고 이곳을 찾아 그냥 주고 가기 뭐하니까 내가 필요한 것 세가지만 가져가겠다며 소프라노 이규도 애창가곡집 CD 한 장·경제정의(Economic Justice) 원서 한권·모택동 평전 한권 등 3달러어치를 집어들고 100달러를 내놓아 회원들로부터 알뜰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이명수 전 SF체육회장도, 털모자를 쓴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히스패닉계 청년도, 걸어서 인근 교회로 향하던 인도계 부부도 필요한 물건을 산다기보다 KAYA 회원들의 포근하고 대견한 마음을 산다는 기분으로 이 물건 저 물건 집어들었다.
그렇게 모은 웃돈과 매상은 오후 1시30분쯤 현재 약 450달러. KAYA는 이후 더 모은 돈과 자신들의 성금을 보태 약1,000달러를 조만간 비영리 구호단체인 AFSC를 통해 북녘땅, 북녘동포들에게 보내줄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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