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서울을 편찮으신 어머니를 뵈러 잠시 다녀왔다.
가기 전에 얘기는 들었지만 호텔 안 곳곳에 떼지어 몰려다니며 일본말의 물결을 만드는 관광그룹들은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국 영화배우(배용준-욘사마)를 만나고 겨울연가 촬영장을 보기 위해 단체로 왔다고 한다. 그들 때문에 빈방이 별로 없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영어로 묻고 그들은 일본말로 대답하니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서로 쳐다보고 미소만 보낸다.
미국 달러의 환율이 자꾸 떨어져 7년만에 최저치 라니, 1,050원대 라지만 호텔 안은 수수료를 떼고 980원만 준다고 한다. 언제 다시 달러가 올라 체면을 유지할 지 정말 걱정이다.
TV에는 대학입학 수능시험에 고등학생들이 휴대폰을 이용해서 커닝을 했다고 수사가 시작되고, 지난 3년간 매번 800만원씩 받고 대리시험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으니 어쩌다 젊은이들의 그 영특한 머리를 엉뚱하게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부모들도 함께 조사해 방조죄를 적용한다고 한다.
여러 개의 큰 기업들이 60% 정도의 투자자가 외국사람들이라니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금값,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식단이 기름진 탓인지 지난 3년 사이에 비만환자가 50%나 증가하므로 고혈압, 당뇨, 심장병의 환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경제가 나빠졌다고 모두들 걱정하고, 정부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을 부양할 경우 100만원의 세금공제를 해주는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으면 50배로 벌금을 물게 하겠다고 한다. 또 왕년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사모관대를 쓰고 전통식 결혼 40주년 기념 특별 앙코르 결혼식을 올렸다. 옛날 결혼식에는 하도 사람이 많이 와 축의금 받는 책상이 다 무너져 당시 돈은 제일 많이 들고, 축의금은 하나도 받지 못한 결혼식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불황을 이기려고 노력하며 특이한 간판 이름이 뜬단다. ‘빵 하나 그만’ ‘큰 빵 하나’ ‘빵 하나 팔구’ ‘3300원 화장품’ ‘5000냥 식당’ ‘고갈비 식당’(갈비처럼 뼈 사이를 뜯어먹는 몸에 좋은 고등어 정식 파는 식당) ‘전부 일 만원 회집’ 등.
촌스런 가사에 촌스런 이름 가수(춘자)가 뜬다. 상상을 불허한 촌스러움이 불황의 사람들에게 싸게 보이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B급 문화 전성시대’의 반영이다. 일류대학보다 전문교육과 개인의 능력이 취업에 더 영향이 있고, 80년대 10년 세월동안 충격적 사건들이 우리 세대를 흔들어놓고 삶을 바꾸어 놓았다는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이 화제작이라고 한다. 아이들 돌잔치만 모아서 하는 전문업체가 있어 사진까지 그곳에서 다 찍고 온다니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다.
내가 떠나온 후에도 계속 문 쪽을 쳐다보신다는 어머니 때문에 가슴은 항상 아리다. 떠나오면서 한국의 미래가 걱정됐지만 그 많은 전쟁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우리 조상의 뜨거운 피가 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한 이 세대의 한국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두 주먹 굳게 쥐고 힘차게 살아남는 법을 찾아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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