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헌법은 대한민국 정부가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합헌적 정부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대사를 살펴보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상해임시정부 시절 국무령이라는 직함을 사용치 않고 멋대로 대통령 직함을 사용함은 물론, 공금유용 등의 혐의로 상해임시정부 국무원회의에서 제명되어 미국으로 갔다는 사실이 여러 증언으로 밝혀지고 있다.
남한만의 단독 총선거를 실시하여 민간정부를 출범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에 정면으로 맞섰고, 당시 남한 최대 정당인 한독당을 이끌고 총선 불참을 선언했던 상해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암살됐다. 한독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승만의 한민당이 독주하며 날치기로 통과시킨 국가보안법. 당시 무소속으로 초대 국회에 진출하여 김구 선생을 따르며 한민당의 독주를 견제하던 김약수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소장파 국회의원 10여명을 이 국가보안법을 적용, 간첩죄로 사형시키는 반민족적 범죄적 행위를 저지르며 대한민국이 출범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후 상해임시정부 요인과 광복군 출신들은 정책적이고 조직적으로 정부와 군대에서 축출 배제되고 친일파로 채워졌으며, 현대사에 크나큰 업적인 4.19 혁명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다시 군대에 뿌리내린 친일파 군부에 의해 5.16 쿠데타를 당하여 역사적 진통을 겪어야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민족적 양심을 가진 민주인사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고초를 당해야 했던가. 그러고도 버젓이 대한민국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할만큼 우리의 민족적 양심은 무디어져 있는 것일까.
흔히 여러 주장이 충돌할 때 우리는 법정에서 양측의 주장과 변론을 청취한 후 정의와 진실을 가려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해낸다. 우리의 갈라진 민족문제도 이 같은 과정을 밟음으로써 비로소 민족화합과 통일이 가능해지건만 오늘도 우리의 정치현실은 일방적으로 상대는 무조건 나쁘고 우리 것은 무조건 좋다고 주장할 자유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같은 일방통행을 어기면 국가보안법을 들이댄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과거 항일무장투사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알기까지 그 알량한 국가보안법으로 인하여 59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이 같은 반인권적, 반민족적 악법을 그대로 두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외치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자연의 진실은 지동설인데 중세사회의 종교적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 천동설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시대적 오류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가. 국가보안법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겁박함으로써 우리 현대사의 큰 사건들의 역사적 진실이 오리무중에 빠지고 또 왜곡돼 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그 진실을 찾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부, 또는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보관소를 헤매는 촌극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작금 제기되는 국가보안법 전면폐지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의지와 능력을 평가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된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앞에 함께 도와 이를 처리하고 극복해야만 한다.
언제까지나 시간이 우리편인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는 없다. 오히려 민족문제를 해결하려는 왕성한 의지를 보이는 노무현 정부야말로 보수 우파적 정권이라 할 수 있다. 작금의 사회적 혼란을 유도하는 집단이란 외세에 맹종하며 기득이권을 지키려는 일부 언론과 단체, 그리고 일부 종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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