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에서 23년 동안 청소부로 일해온 뉴요커가 있다. 그는 덥든 춥든 빠짐 없이 동네를 누비며 쓰레기를 거두어간다. 이제 그만 고된 청소 일을 접고 편한 일을 하라는 주위의 권유에 미소로 답한다.
전직 권유를 받는 것은 사실 그의 탁월한 노래 솜씨 때문이다. 그는 타고난 음악적 감각의 소유자다. 하지만, 쓰레기 청소 대신 무대에 올라서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무대의 짜여진 틀보다는 길거리 싱어로 살고 싶다”는 게 그의 변이다. 대형무대라도 그에겐 답답하게만 느껴진단다.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타도 그는 겸손하다.
쓰레기차는 사람들을 내친다. 냄새가 나고 먼지가 날려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 청소부가 차를 몰고 동네에 당도하면 사람들이 하나둘 몰린다. 옛날 장터에서 약장수가 출현하면 주변에 사람들이 빙 둘러앉는 것처럼 흡인력이 있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그는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대중적인 팝송, 목가적인 컨트리, 분위기 잡는 세레나데, 엄숙한 성가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워낙 성량이 풍부하고 목소리가 빼어나 웬만한 가수 “저리 가라”다.
아무리 쓰레기 냄새가 나더라도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간다. 어려서부터 노래부르기를 좋아한 그는 “노래를 부르면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띄는데 일하면서 이웃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본명이 앤드류 마키오인 그는 ‘노래부르는 청소부’로 불린다.
이 청소부는 장기를 살려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이웃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청소차는 사람들을 물리치지만 마키오의 청소차는 예외다.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를 훈훈하게 데운다.
금력,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도 주위에 사람을 꼬이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가식적이다. 그 사람 자체를 보고 모인 게 아니라 그의 돈과 힘을 보고 모인 것일 뿐이다. 돈이 없어지거나 권력을 잃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위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런 사람은 가진 것이 많아도 ‘사랑의 고리’를 맺지 못한다. 이웃을 보듬는 일을 알 턱이 없다.
이 청소부와 같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보임으로써 이웃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사람을 모으는 사람이다. 연말이라 곳곳에서 돈으로, 옷가지로, 음식으로 불우이웃 돕기가 한창이다. 현장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모인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도 한시적이다.
사시사철 일터에서 동료에게, 동네에서 이웃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찬란한 빛이든 은은한 빛이든 자신만의 ‘달란트’를 정성스레 다듬어 드러내는 일은 그래서 더 없이 소중하다.
진정으로 사람을 모으는 시들지 않는 이웃 사랑이다. 칭찬의 악수, 격려의 한마디, 반기는 미소, 위로의 대화도 여기에 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박봉현 미주본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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