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새 한인은행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부분 한인은행의 주가가 크게 뛰고 은행의 규모도 2~3배 이상 커졌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초저금리로 인한 대출의 급성장, 한국에서 유입되는 자본의 유입 등은 한인 은행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은행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은행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은행원을 움직 이는 총사령관은 그 은행을 대표하는 행장이다.
은행원이면 누구나 선망하는 행장이 된다 하더라도 그 자리가 밖에서 보는 만큼 그렇게 화려한 자리는 아니다. 항상 주가와 실적에 대한 부담이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 실적을 올리고 장차 은행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행장이라는 자리의 중요성 때문에 은행 이사들은 행장을 선출할 시기가 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나라은행은 차기행장 선임을 놓고 큰 진통을 겪었다. 나라은행 입장에서는 지난해 아시아나 은행을 합병하면서 홍승훈 전 아시아나 은행장을 나라행장으로 영입했다가 이사진과의 갈등, 내부조직 장악실패 등으로 3개월만에 도중하차시킨 적이 있어 차기행장 선출에 더욱 부담을 느꼈을 지 모른다.
극비리에 열린 이사회에서 양호 뱅크 오브 뉴욕 한국 지점장을 행장으로 선출한 후에도 양호 차기행장이 현직에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공식 발표를 뒤로 미루었다. 한미은행도 지난해 5월 육증훈 전 행장이 이사진과의 갈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전격적으로 사임 후 한국에서 유재환 행장이 영입됐다.
은행마다 차기 행장을 선출하면서 겪는 진통은 등장인물만 바뀔 뿐 대동소이하다. 이사회는 실적 많이 올리고 주가를 올려주는 행장을 찾기 위해 한국에서, 로컬에서 동분서주하지만 이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은행장을 찾는다는 것은 20만여달러나 되는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영입하든 로컬에서 영입하든 행장을 꼭 한인으로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한인은행 가운데 한미가 자산 30억달러를 넘었고 나라, 중앙, 윌셔은행 등이 자산 10억달러를 돌파한지 오래다. 또한 웬만한 한인은행의 비한인 투자가 비율도 60~70% 정도가 될 정도로 그 비중도 상당하다.
내년에는 한인은행수도 12개로 늘어날 정도로 과포화인 상태에서 이젠 눈을 밖으로 돌려 주류사회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은행 자산규모가 30억, 40억, 50억달러로 점차 커지면 어차피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 뱅킹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유능한 미국인 행장을 영입해 한인사회 마케팅은 전무 등 한인 경영진에 맡기고 주류사회를 포함한 전체적인 마케팅을 미국인 행장에 맡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해 전문 이사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사진의 자질도 크게 향상됐고 은행에서는 오피서들이 거의 영어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은행간의 합병이 많이 이뤄져 능력 있는 미국인 행장 후보가 많다고 한다.
능력 있는 한인은행장의 영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행장 후보의 범주를 넓혀서 능력 있는 미국인 행장도 후보로 고려해 볼만하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도 한인은행들은 계속 차기행장 선출 혹은 연임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한국 출신 행장이 낫다, 로컬 출신 행장이 낫다 하고 서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한인을 포함, 미국인 행장도 능력과 비전만 있다면 과감하게 영입해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 마케팅에 한번 도전해 볼 일이다.
박흥률
경제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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