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다시 만난 서성호씨가 딸 하나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딸을 내 일생에서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끝내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24일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한국입양인협회(AKA-SF) 주최 세미나에서 한 아버지의 참회의 고백이 자신을 버린 생부모에 대한 일말의 원망을 품고있던 입양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자식을 입양시켜야만 했던 생부모의 마음을 토로한 사람은 더블린에 거주하는 서성호(56)씨였다. 서씨는 딸 서하나(미국명 Hana Thomas· 29)씨를 가리키며 생부모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다만 이유가 어찌 됐든 그 당시에는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또 한살 난 딸을 입양보낸 것을 참회하고 사과한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서성호씨가 한 살박이를 입양기관에 보내고, 그후 28년이 지나서야 다시 찾아낸 것은 마치 백사장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과 같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딸 ‘하나’가 태어난 것은 1974년 12월 18일. 이듬해 아내와 이혼한 서씨는 젖도 떼지 않은 딸을 1975년 6월 5일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겼다. 아내와 함께 딸도 인생에서 지우고 싶었던 서씨는 이름도 없이 단지 아기의 생년월일만을 적어 입양기관에 보냈다.
그후 재혼해 새로이 3남매를 두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서씨는 이국땅으로 보낸 피붙이를 잊을 수가 없었다. 어느날 영어밖에 모르는 입양인들이 자라서 생부모를 찾고 있다는 사연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입양시킨 것만도 죄스러운데 생부모를 찾는 아이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서씨의 가슴을 쳤다.
이때부터 딸을 찾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시작한 서씨는 보다 적극적으로 찾기 위해 1981년 미국에 이민을 결심했다. 재혼한 부인 또한 서씨의 생각에 적극 동의했다. 5년 전 휴가를 내 한국의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간 서씨는 찾는 아이가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그후 몇 년간 아빠가 잘못했다는 참회의 기도를 하던 서씨에게 번개와 같은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당시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던 조카사위에게 수소문했고, 정식공문을 통해 홀트아동복지회로 이첩된 서씨의 민원은 홀트에 근무하던 조카사위 친구의 도움으로 딸의 행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씨는 딸이 ‘유숙애’라는 이름으로 인디애나주로 입양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한편 이 당시 이미 장성해 결혼 후 두 아이를 가진 입양된 딸 하나씨도 생부모를 찾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 탬파 인근에 살고 있던 딸도 홀트복지회에 자신을 등록시켰고, 우연히 올린 자신의 고교 웹사이트로 이메일이 왔다.
서씨는 지난해 10월 3일, 딸을 찾고 있느냐?고 묻는 하나씨의 전화를 받았다. 이메일을 통해 받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딸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서씨는 그해 10월 25일 플로리다로 날아갔다. 처음에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던 딸이 DNA검사를 통해 혈육임이 확인되자 비로소 ‘대디’라고 부르더군요
올해 초 딸은 사위와 함께 서성호씨가 사는 플레즌튼으로 이주해왔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KNA 전자회사에 함께 입사해 이젠 장인과 딸, 그리고 사위가 매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불교신자인 서씨는 내가 저지른 것에 대한 인과응보로 알고 참회하고 있다면서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와 너무나도 닮은 딸 하나씨는 얼굴도 모른 채 헤어져야만 했던 아버지와 매일 만나는 것이 꿈만같다고 말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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