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자주연합 위싱턴지부장)
이라크 저항 세력에게 우리 한국인이 표적이 되고 있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하지만 엄연한 현실인 지금의 상황을 차분히 돌아보도록 하자. 사태가 이렇게까지 전개된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있다. 장황하게 그 이유를 늘어놓지 않아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바로도 이라크 전쟁이 거짓과 조작으로 점철된, 미국민 소수의 이익을 위해 수행된 침략 전쟁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
이렇게 명분도 없는 침략 전쟁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이유를 들어 평화와 재건 역할을 맡는 비전투병 중심의 부대를 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가 파병 부대의 평화, 재건 역할을 강조하고 서희 제마 부대의 활동상을 선전해도 미군의 침략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게다가 파병 부대의 상당 부분이 전투병으로 이루어져 있고 불안정한 전시 상황 속에서 전투병, 비전투병 구분 자체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은 미군의 점령을 반대하는 이라크인 들의 적이 되어 버렸다. 이라크 전쟁의 침략성을 은폐하고 미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들의 참여를 독촉하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은 충실한 봉사자, 하수인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한국은 이라크인 들에게 미군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점령군, 혹은 그의 하수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이 그들에게 분노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라크 민중의 목숨을 건 저항에 대한 미국의 대답은 이라크 포로를 대상으로 벌인 수많은 잔악 행위였다. 테러 단체의 소굴을 없앤다는 명분 아래, 민간인 마을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여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것이 미국의 대답인 것이다. 미국민들 조차도 이제는 전쟁의 실상을 바로 파악하여 부시 정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 전쟁의 본질은 명확해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한국 군대의 이라크 추가파병을 확정지었다. 그것도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로 큰 대규모 파병이다. 한국 정부는 파병의 목적이 ‘평화재건’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이라크에서 침략행위를 벌이고 있는데 미국의 요청으로 파병을 하는 한국 군대만 ‘평화재건’을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 많은 희생이 생기기 전에, 더 많은 피를 보기 전에, 한국 정부는 즉각 이라크 추가 파병을 철회하여야 한다. 더 이상 미국의 침략 전쟁을 위한 하수인 노릇을 중단하고, 이미 파병한 서희 제마 부대도 철수시켜야 한다.
우리동포들도 작은 힘이지만 한국군 파병 철회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야만 한다.
사람이 모이면 힘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수많은 평화애호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민중의 힘을 모아 내는 데 노력해야만 한다. 이라크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아니 이라크에서 한국군이 모두 철수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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