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유엔 동맹국 16개 국가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전했던 나라가 에디오피아이다. 이 나라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 외곽의 허름한 마을 입구에는 한글로 ‘코리안빌리지’라는 낡은 팻말이 세워져 있다.
‘코리아 빌리지’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돌아가 황제로부터의 배려에 의해 함께 군락촌을 이루고 생활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초반 에티오피아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황제의 측근이며,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직업도, 농사도, 심지어는 교육의 기회마저도 박탈당한 그들의 생활은 극도로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멩기스트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그들에게 다시 자유가 찾아왔지만, 이미 나라는 1980년 중반부터 최악의 가뭄과 홍수로 수백만 명이 죽음을 맞았고,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1996년 월드비전 에티오피아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한국 월드비전에서는 ‘사랑의 빚 갚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들을 돕자고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후원금 모금의 책임자로 한국 월드비전에 근무하던 나는 후원금을 전달하고 사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그 마을을 방문했었다. 그들을 만났을 때 터져 나오는 오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의 피와 살, 그리고 목숨을 바쳐 도왔던 그 나라에서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다는 얘기를 들은 아직까지 생존해 있던 참전용사들이 빛 바랜 한국전 참전 당시의 군복을 입고, 녹슨 훈장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는 마을 입구에 까지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에서 얻은 상처의 흉터를 보여주며, 너무나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을 보며 너무나 부끄러웠다. 도움을 주었던 그들은 우리를 전혀 잊지 않고 있었는데 정작 도움을 받았던 우리는 그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
이제는 갚을 때이다. 미주에 거주하는 우리 한민족들은 이제 이민 새로운 100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의 역사 속에 보여줬던 악착같은 도전과 극복의 역사를 이제는 사랑과 나눔이라는 테마로 전환 시켜야 할 때이다.
50여 년 전의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살아가는 지구촌 굶주린 이웃들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아주 조금만 나누자. 그래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제2, 제3의 한민족을 만들어 보자. 하루에 1달러로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업은 한 아동을 결연하는 일이다.
한국전쟁 시절 한국의 전쟁고아와 미망인들을 돕기 위해 그 아름다운 사역의 첫 발을 내딛은 월드비전과 함께 하루에 1달러로 지구촌의 생명 농장을 가꾸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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