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아이비리그 입학은 장기 프로젝트이지요”
얼마 전 대학진학 전문 상담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은 말이다.
“미국 명문 대학은 1~2년 바짝 공부해서 학교 성적, SAT 점수 올린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매 학년 방학 때면 어떤 활동을 할지, 특기는 어떻게 살릴지, 자원봉사 활동은 어떤 걸 할지…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아이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아이비리그에 원서를 낼 정도의 학생이면 학교 성적이나 SAT 점수가 우수한 것은 기본. 몇 년전 하버드에서는 SAT 1600점 만점의 낙방생이 200명을 넘어 논란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뛰어난 학생들 속에서 확연히 구별될 만한 면을 보여주려면 장기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진학전문가로서 당연한 조언인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은 씁쓸하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 시간 맞춰 자녀들 등하교 시키고 숙제 챙겨주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3년 전 딸을 대학에 입학시킨 한 주부의 말이다.
“시간 없고 돈 없으면 힘들지요. 방과후 특별활동, 자원봉사 … 데리고 다니려면 부부중 한사람은 시간이 있어야 해요. 여름방학 때 대학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에 보내면 비용이 보통 4,000달러, 거기에 비행기 값, 용돈까지 포함하면 5,000-6,000달러는 쉽게 들어가지요. 아이가 둘만 되어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냅니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특출한 학생이 없지 않지만 그런 수재가 어디 그렇게 흔한가. 하버드 재학생들의 가정환경 통계가 좋은 증거가 된다.
미전국의 가정을 가구당 연소득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하면 저소득층은 3만3,000달러 이하, 중간선은 5만7,000달러, 고소득층은 8만250달러 이상이 된다. 1999년 입학생을 기준으로 하버드 학생들의 출신 가정 소득을 보면 74%가 고소득층에 속하고 중간이하 및 저소득 가정 출신은 16%에 불과하다.
명문 대학 캠퍼스에서 가난한 수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한국에서도 비슷하다. 20년쯤 전 만해도 서울대학에서 가난은 흠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난했다. 지금은 강남의 부유층 출신들이 몰리는 학교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교육의 비중이 커지면서 가난한 수재들이 설 땅을 잃고, 부의 대물림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하버드는 최근 저소득층 출신에 대해서는 전액 학비보조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반가운 결정이다. 하지만 그 정도 문을 연다고 이 사회에 편재한 부의 대물림 고리를 끊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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