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후대가 거울삼아 보고 배우는 시대적 기록이다. 그러므로 진실이 왜곡되거나 사실이 잘못 기재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역사란 훗날 누가 보아도 의도적 과장이나 축소, 엉터리 사실이 기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돌아보면 우리나라 역사에도 당대의 기록이 잘못 쓰여져 훗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논란이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처음에 바
로 잡지 못해 후대에 와서 다시 고치느라 곤욕을 치르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 것을 똑똑히 보고 있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고 누구도 거스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어온 이민 백주년 기념 인물 102명 선정과 관련, 백주년 기념 사업회가 이를 재조정, 다시 뽑겠다고 밝힌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만큼 이번의 인물선정에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한 단체가 한번 끝나는 행사로 한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고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에 남는 일이고 후대가 이들의 업적을 거울 삼아 새로운 백년의 역사를 창출하게 되는 일이다. 때문에 그대로 넘어간다면 결국 우리가 역사가 잘못 쓰여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방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
이민 백주년을 기해 뽑는 인물이란 문자 그대로 한인이민 100년 사를 빛낸 훌륭한 인물이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시 말하자면 역사에 남을 만한 인물이란 서재필, 안창호 선생같이 한국사회나 미국사회에 그 이름을 떨칠 만큼 사회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봉사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는 한인사회 발전이나 복지를 위해 최대한 헌신한 인물로 누가 보아도
수긍이 갈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역사상의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백주년기념사업회가 선정한 인물 102인 중 일부는 이제 와서 얘기지만 모든 사람이 수긍할 만한 인물이라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누가 보아도 “잘 뽑았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우선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선정대상을 고인 30%, 현존인 50%, 1.5세~2세 20%라고 했는데 이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된다.
역사적인 인물을 고르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국가적인 업적이나 공헌 여부를 말해야지 연령 대를 가지고 나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게다가 숫자를 애당초 정해놓고 인물을 거기다 맞추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누가 보아도 인정할만한 사람들만 뽑으면 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거나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 봉사한 공적을 남긴 사람을 고르는데 서로가 비슷비슷하게 사회 봉사해온 사람들을 선정한다면 이는 역사가 웃을 일이고, 후대에 가서도 비웃음을 살 일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나 2세 중에 정말 훌륭한 인물을 고른다면 이민 백주년에 걸맞게 누가 보아도 인정할 만큼 한인사회, 또는 인류를 위해 헌신봉사한 사람이거나 미국사회와 한국사회에 이름을 남긴 명예로운 인물을 대상으로 해야 함이 마땅하다.
하다못해 돈을 벌었더라도 미국의 거부 빌 게이츠와 같이 인류공동의 이익이나 커뮤니티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공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인물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만이지 억지춘양으로 뽑는 것은 무리다.
한 예로 문학 또는 미술작품을 뽑는 일도 수상자가 없으면 가작으로 대신한다. 다행히 이번에 인물을 다시 선정키로 한 것은 잘못 단추가 끼어져 언제고 말썽이 날 것을 지금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뒤늦게 나마 잘 된 결정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역사관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인사들이 심사위원이 돼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갖춘 상태에서 정말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사람을 인물로 선정해야 한다. 이번에 뽑힌 인물 중에는 몇 번씩이나 단체를 분파시키고 인터넷 상에 떠도는 글을 토씨 하나 안 빼고 자신의 기명 칼럼에 버젓이 도용해 언론에 게재한 인물도 끼어 있다.
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심사위원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같은 사실은 선정과정이 객관성과 전문성,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이런 정도의 인사를 역사적인 인물로 뽑는 우는 결코 재발해서는 안된다. 누가 봐도 “아, 참 이건 걸작품이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게끔 이번에야말로 알곡같이 훌륭한 인사들로 인물이 선정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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