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다녀온 사람들은 너도나도 말한다.‘어떻게 하면 미국으로 이민 갈 수 있나’ 궁리하는 젊은이가 상당수라는 것. 한 통계에 의하면 ‘이민 가고싶다’에 20대 45%, 30대 36%, 40대 28%, 50대 이상 18%가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새파랗게 젊은 연령층이 한국 대탈출을 시도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짚어보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나라의 살림을 이끌어갈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요즘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선 더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지조 있고 절개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아무리 나라가 어려운 형편에 처하고 하다못해 주권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줏대 있고 청정한 지표가 있으면 국민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는 법이다.
지난 10일 재신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보도 후 일부 야당은 수용하겠다고 했다가 재신임 회견 사흘만에 유보, 반대로, 반대한다던 당은 찬성이라고 태도를 서둘러 바꾸니 도대체 한국 정치권에서는 신조(信條)라는 단어가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어제 한 말 오늘 한 말 다르니 국민들은 누구 말을 따르나? 차라리 옳든 그르든 자기 주장이나 신념이 뚜렷하면 나와 뜻이 다르다 하여 ‘적’으로 규정하고 마음껏 성토하고 미워하면서도 내심으론 딱 부러진 그 지조를 존경하겠다.
정치권은 서로 ‘누가 더 깨끗한가?’가 아닌 ‘누가 더 진흙탕인가?’를 다투며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 정치자금으로 100억, 수백억이 빠져나가면 기업은 무슨 수로 기업을 경영하며 그 밑에서 월급쟁이 하는 국민들은 자신의 임금을 또 얼마나 착취당해야 천문학적인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을까.
또한 뉴욕 동포들은 15년, 20년, 30년 걸려 집 모기지 갚느라 일평생이 가고있는 판국에 꿈처럼 생각하는 맨하탄의 고급 콘도 상당수가 한국의 불법적인 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정말 허탈해진다.
정치권과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고리가 이어지니 경기는 불황으로 허덕이고 국민들은 신용불량자, 다중 채무자로 전락하고 돈 많고 시간 많은 상류층간에는 ‘스와핑 부부’란 신생어가 범람, 가정해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본받을만한 지도자가 없는 요즈음, 미국으로 이민 올 꿈을 가질 만도 하다.
한국에 ‘선비는 추운 겨울날 얼어죽을지언정 곁불은 안 쬔다’는 속담이 있다. ‘벼락이 떨어지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대쪽같은 절개는 변함없다’는 선비 정신이 있다. 비록 귀족적이고 비세속적이고 관념적이라 바람직하지 못할 지라도 이조 500년을 지탱해 온 선비정신에는 굳은 지조, 신념은 살아있었다. 상감에게 바른 말 하면 귀양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 말을 했고 변절자는 사람 축에도 못들었다.
자기 분수와 명예를 목숨처럼 지키며 꿋꿋이 사는 선비 정신이 그리운 요즘, 주위에 그런 사람이 드물다보니 얼마 전 읽은 선암사 주지가 쓴 저서 <지허스님의 차> 중에서 참으로 지조 있는 우리 전통 자생 차나무를 만나 반갑기짝이 없었다.
‘우리 자생 차나무는 지상에 나온 물체보다 3배 이상 긴 뿌리를 내려 땅의 기(氣)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차나무는 옮기면 살기 어려워 한곳에만 뿌리를 내린다.
비옥한 땅이나 평지는 다른 나무들에게 내주고 자갈 땅이나 바위가 많은 산비탈에서 온갖 고초와 시련을 견뎌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찻잎 중 최고로 치는 작설(雀舌)이라는 자색의 찻잎을 피워낸다. 그러나 자생 차나무는 단 한번만 비료를 주어도 뿌리가 옆으로 뻗어 변종이 되어버리며 직근은 쇠퇴하여 썩고 만다.’훼절, 변절자가 많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세속 사람들에게 이렇게 굳은 지조와 절개가 그립다보니 한갓 식물이지만 우리 전통 자생 차나무의 그 품성이 얼마나 고귀한 지 모르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