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미국은 살면 살수록 이해하기 더욱 어려운 나라라고 했다. 일본인 경우 미국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아 이 나라를 매우 두려워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문제가 너무 많아 나라가 금방 무너질 것 같이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을 보면 해외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미국보다 호주나 캐나다 등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9.11 이후 미국이 외국인들의 이민을 더욱 까다롭게 한 이유도 있지만 범죄나 홈레스, 마약중독자가 너무 많아 살기가 위험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사회학적으로 과연 이 사실이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은 어쩌면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어 오히려 역사가 이루어져온 게 아닌가 하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역사는 이처럼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를 던져주면서 종전과 다름없이 도도하게 흘러갈 것이다.
지금 미 국민들은 9.11테러 2주기를 보내면서 본인은 물론, 가족, 이웃, 그리고 자신이 속한 사회 및 국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제도와 법들을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치고 강화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정작 이 나라에 와서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미국이 겪고 있는 아픔과 당면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과 뉴욕한인 몇 사람이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화제는 주로 한국과 미국사회, 그리고 한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드러난 뉴욕한인의 사고방식과 판단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미국이 곧 망할 것이라고 하자 이곳 한인동포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무렇지 않게 사실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자 뉴욕한인은 한 술 더 떠 “9.11테러는 미국이 저지른 일이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모두 미국이 조작한 일”이라느니 하면서 마구 말을 지껄이는 것이었다. 그가 과연 미국의 진정한 모습과 세계 강국으로서 처한 입장이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의문이 갔다. 그는 미국에 일찍이 유학와 공부를 마치고 이 곳에서 좋은 직장 갖고 자녀도 좋은 대학에 보내면서 온갖 혜택을 다 받으며 사는 엘리트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왜 우리가 그래야만 하는가.
설혹 미국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우리가 현재 몸담고 있는 이 나라가 현실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이날의 만남은 미국에 사는 한인동포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를 다시 한번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을 방문한 한 한인에 의하면 9.11테러에 관한 이슈는 유럽 어딜 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한다. 이
것은 시작이요, 하나의 계기일 뿐이라고 CNN과 BBC방송이 계속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사건은 전대미문의 심각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9.11테러 2주년을 보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것이 종교분쟁의 시작이든, 문화충돌의 결과이든 그 배경에 대해선 우리는 잘 모른다. 단지 중요한 것은 미국에 사는 우리의 사고가 너무 편협해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고정적인 사고와 관념으로 우리가 정작 살고 있는 미국의 심각한 문제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좀 생각해볼 점이다.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이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9.11사태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내외의 끊임없는 비판의 소리, 한반도의 원자탄 문제 등에 대한 논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을 둘러싸고 하루도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관심 밖으로 돈 벌기에만 급급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꼭 이 나라의 정치나 국제정세에 대해 논의하자는 건 아니다. 단지 미국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데 관심을 갖자는 이야기다. 미국에 살면서 이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고도 우리가 미국
에 산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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